리사이클이 주목받는 시대, 그 산업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조사모삼(朝四暮三)와 조삼모사(朝三暮四)
어느 한적한 주말 필자와 아내가 함께 드라이브를 하는 중이었다. 어떠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그건 조사모삼 같은 말이지”라고 필자가 이야기하자 아내가 조삼모사가 맞는 표현이라고 반박하였다. 뭔숭이가 나오고 중국속담이 나오기 시작하고 유래와 에피소드가 쏱아져 나왔다. 아내가 말하길 장자의 제물론이라는 서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란다(참고로 필자의 아내는 미술학 동양화 박사 소지자다). 녹색창에 확인하니 장자의 제물론과 조삼모사가 많이 검색되고 조사모삼은 유사하다는 식이기에 결국 대화는 필자의 패배가 되었다고 우습게 회자되는데 갑자기 우리 스크랩 산업과 구성원들이 느끼는 조사모삼과 조삼모사도 대동소이할까라는 의문을 갖게되어 칼럼을 써본다.
조사모삼, 조삼모사 중국의 저공이 원숭이들이 식사로 도토리(원숭이는 바나나를 좋아했겠지만) 7개가 적다하자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마라고 한 것이 조사모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마라고 한 것은 조삼모사다. 어찌보면 하루 총 7개의 도토리를 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미봉책이나 언발에 오줌누기 혹은 미련한 대중을 지칭하는 사자성이이다.
이것을 스크랩업계의 운영에 대입하여 보자.
첫 번째, 대표가 직원들의 일당이 적다고 하여 오전, 오후로 나누어 결산, 지급한다하면 관리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최저시급이 적용된 현재시황에서 지각, 조퇴등의 복리적 차원의 형평성 문제로 직원사이에 불화도 예상된다.
두 번째, 우리 산업계와 가장 밀접한 문제인 단가를 위 에피소드에 넣어보자, 조사모삼, 아침에 400원이었던 스크랩단가가 오후에 300원이 되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물량이 쏟아지고 납품차량 섭외가 어려워질 것이다. 장거리 스크랩운반차량(속칭 지방차)들의 운반비가 인상될 것이고 시장에서는 제강사의 입고통제를 걱정하면서 한차라도 더 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현상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예상된다.
만일 반대로 조삼모사면 어떨까? 아침에 300원이었던 단가가 오후에 400원이 된다면? 영업사원들이 바빠질 것이다. 시장은 단가인상을 기대한 출고기피가 일어날 것이고 유통상들의 고민은 깊어갈 것이다. 간간히 300원 후반대의 스크랩들이 높은 매입단가를 제시하는 제강사향 스크랩운반차량들을 기다릴 것이고 제상사들은 추가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잠식시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급격한 단가인상은 추가 인상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예전 시황에 대한 기억을 이끌어내며 500원, 600원 그 이상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가득할 것이다.
양면 중 어느 것이 좋다라고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듯한 ‘별차이 없다’는 식의 조사모삼과 조삼모사의 차이가 우리 업계 사람들에게는 차이가 많은 일인듯하다. 예전의 스크랩시장상황에서 휴대폰을 통한 정보교류가 없었던 그 시절에는 단가의 변동이 일반 고물상의 구매단가에 영향이 적었다. 영업사원들이 마치 직접 고철업체들을 관리하듯이 단가를 문의하고 알려드리고, 시황과 정보전달의 메신저가 되어 관리하였다. 현재의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보의 전달이 휴대폰문자로 이루어진다. 서울 끝에서 부산, 당진, 창원등 지역 구분없이 단가를 받아보고 상황이 서로 맞으면 물건의 교환이 성사된다. 하나의 영업사원이 관리하는 것이 아닌 많은 수의 영업사원들이 보내는 문자를 통해 운영자가 시황을 판단하고 예측한다.
위의 사자성어에서 간과하는 저공(저공이라는 인물인지 인칭대명사인지는 모르겠지만)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본다. 원숭이들에게 같은 값인 7개의 도토리로 동일한 노동력을 제공받았다. 여기서 저공은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시장(market)" 이다. 애덤스미스가 주장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일 것이다. 시장의 요구량을 변형적 분배를 통하여 수렴하고 집행하였다. 어차피 스크랩 시장에서의 ”시장“은 스크랩 수입국인 국내현실을 반영하면 발생처 및 중, 소상 고철업체의 결정에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9월 초까지 스크랩시장 단가동향은 오름세였다. 2~3년 사이 보던 단가중 생철의 경우 단기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우리 스크랩업체들의 개별적 행동들은 마치 원숭이들의 교섭처럼 보일 수도 있다. 조금더, 조금더를 외쳐 제강사로부터 계약구매를 성사시키면 수일 후 단가가 있상되는 개연성의 아이러니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시장내에서 단합을 통한 한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스크랩시장이라는 시장내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자. 우리 시장에서 그것은 물량의 원활한 흐름과 적정한 단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들을 의미할 것이다. 제강사라는 10여개의 지휘자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다수의 유통상 시장의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는 중, 하부상, 그리고 발생처들이 각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조정보다는 상대를 독려하고 어루만져 듣기 좋은 음악, 하모니가 되도록 조삼모사던 조사모사던 간에 서로를 위한 7개의 도토리를 가장 만족스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8/9/27 스크랩 전문지 "스크랩워치"에 기고된 본인 칼럼의 원문이다.
통상 철스크랩(고철)은 30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3~4개의 도토리가 300~400원대의 시장단가와 연결되면 어떨까? 라는 의문에서
작성한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