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포랑산 보이숙차. 2g, 99도, 50s-30s-1m-1m30s-2m
마신 술: 수제 막걸리. 2 사발
명확해졌다. 어떤 환경에서 코로나19의 슈퍼 전파가 일어나는지 분명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침을 튀길 때!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할 때. 천안 줌바댄스가 그랬고, 대구 신천지 교회가 그랬고, 이태원 클럽이 그랬고, 양천구 탁구장이 그랬다. "음주가무, 제가 참 좋아하는 건데요..." 혼자 노래를 틀어 놓고 미친 척 춤추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쉽지만 방법이 없다.
술집에서 웃고 떠들건 시절이여 잠시 안녕. 당분간 음주가무와는 작별을 고해야겠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술집과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시절은 이제 가버렸다. 잘못하다가 신상을 줄줄 털리는 것도 우습고. 이 때문에 주로 집에서 음주를 즐기다 보니 몽원다실이 점점 몽원주점 또는 몽원Bar가 되어 가고 있다.
안주 제조 실력은 나날이 늘어가고, 이제는 하다 하다 막걸리도 빚기 시작하였다. 맥주를 꼬박꼬박 사다 나르는 것도 귀찮고 이참에 홈브루잉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해보고 싶었다. 막걸리 재료를 사다가 막걸리 전용 발효조에 넣어 발효시키는데, 격렬하게 기포가 올라오면서 놀랍게도 하루 만에 만들어지고 맛도 제법 괜찮다. 여기에 다른 첨가물을 넣는 실험도 해보고 있다. 막걸리 재료는 부피도 얼마 안 차지하니 찬장에다 가득 쟁여 놓았다. 당장 한 달 동안 도시 전체를 봉쇄하더라도 물만 있으면 차와 술을 계속 마실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코로나 시대의 우울한, 아니 새로운 트렌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모이기를 좋아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거리두기를 하다가는 외로워 죽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홀로 집에서 차든 술이든 한잔 하며 나 자신의 마음속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갖는다. 밖으로 돌던 호기심을 나의 내면으로 돌려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당연스럽게도 부쩍 존재론에 관심이 많이 간다. '나는 누구?'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등등...
개똥철학이지만 호기심으로 충만한 창의로운 삶을 살고 싶다.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탐하고, 만들면서 살고 싶다. 이것저것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구상해 보지만 결국은 차 한잔 속에 나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결론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한 차 한잔(또는 술 한잔)을 만들어 마실 수만 있어도 참 만족스러운 삶이겠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한 사람이 자신의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농경, 산업 사회에서 "나"의 자리는 매우 좁았었다. 나의 목소리를 없애고 협동 작업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류의 속담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공동생활을 방해하며 자아를 찾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드디어 "나"를 찾는 것이 조금 쉬워졌다. 이제는 어디서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네 자신을 찾아라"라는 종류의 조언(?)을 듣는다. 내가 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개성을 살려서 사는 것은 사실 피곤한, 아니 매우 힘든 일이다. 전통에 따라 사는 것이 언제나 쉽고, 주변 모든 것이 편안하다. 그래도 이제는 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빨간약을 먹어야지.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줄까, 파란약을 줄까?를 생각해 보시라.
요즘 화장실에서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손 씻기에 소홀해졌구나 싶다. 눈에 보이는 마스크 쓰기는 눈에 불을 켜고 뭐라 하던데 보이지 않는 손 씻기라 그런가 보다. 앞으로 산발적인 발병 추세가 유지될 거란 전망이다. 손 씻기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더운 여름, 손 잘 씻으시고 시원한 냉차 또는 막걸리나 한 사발 드시며 자아를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