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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May 14. 2022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완전정복

다담잡설(茶談雜說):차마시다떠오른별별 생각

마신 차: 연우제다 2022 우전. 3g, 70도, 30s-30s-30s-35s

들은 노래: 봄처녀 외(노래, 연주: 낭창낭창)


제25회 하동 야생차문화축제에 다녀왔다. 매년 차축제에 참여해왔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년이나 대면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가 마침내 열린 이번 축제에는 한풀이하듯 3일이나 출근했다. 1년 마실 차를 왕창 사서 쟁이고 여러 다인들을 두루 만나면서 우리나라 차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기회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본다.




매년 조금씩이나마 축제의 내용과 운영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낀다. 공공이 담당하는 정기 행사에서 이렇게 눈에 띄는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일하시는 분들의 열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행사 기획과 진행에 참여하신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차축제의 관람객은 얼추 3 부류로 나눠지는데, 첫째는 농민과 주민이고, 둘째는 일반 관광객, 셋째는 햇차를 구하러 오는 방문객(소위 차덕후, 차마니아라 불리는)이다. 주민들과 일반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는 항상 충분하지만 햇차 구입을 위해 방문한 관람객을 위한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나마 이번에는 다원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는 품평회 수상 다원의 스티커를 게시하였고, "차마실"이라고 구입한 햇차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좋았던 점

(1) 품평회 수상 다원 스티커 부착: 5월 4일 열린 품평회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행사장에 공지도 없고 아는 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다원 부스에 수상 스티커가 붙어 있는 보고 다원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이런 가이드가 없으면 솔직히 30여 곳이나 되는 다원을 모두 방문하기는 힘들다. 행사 전기간 동안 참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축제장의 품평회 결과를 신뢰하고 햇차 구입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품평회를 통해 다원들 사이에 선의의 품질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믿는다.


(2) 체험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했고 특히 다른 나라 차문화 체험 부스의 수준이 높고 도움이 되었다. 베트남, 스리랑카, 일본 차문화 부스를 방문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차맛도 보고, 흥미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 축제장 방문 시에는 다원 부스를 찾아다니느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었는데, 앞으로는 계속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다.


(3) 차마실: 차마실은 축제장에서 구매한 차를 직접 우려 마셔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내년 하동 차엑스포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 중인 웰니스센터의 옥상에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앞산의 멋진 경치와 라이브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섬진강을 따라서 활동하는 퓨전국악밴드 낭창낭창이 창과 해금 공연을 선보였다. 지리산 고산준봉을 바라보며, 해금으로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을 들으며 방금 구입한 햇차를 맛보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라. 오감만족! 본무대 행사 소음으로 라이브 공연에 방해를 받은 것이 크게 아쉬웠다. 앞으로 하동 차축제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차마실에 가보시길 강추한다.


부족했던 점

(1) 참가 다원 안내가 부족: 축제 참가 준비를 하면서 홈페이지(http://wildteafestival.kr)를 살펴봤는데 정작 차축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참가 다원의 목록이 없었다. 축제장에서도 참가 다원에 관하여 정리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차축제의 제일 주인공은 다원이다. 다원의 정보, 이번 축제에 선보이는 차의 종류에 관한 정보는 당연히 제공해야 한다. 차를 구입하러 오는 방문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2) 품평회 수상 다원 안내가 부족: 품평회 결과를 정리하여 유인물로 나눠주던가 홈페이지에 게시할 필요가 있다. 축제가 끝난 후 9일 날 홈페이지에 품평회 기사를 게시하였는데, 너무 늦었다. 단순히 어떤 다원이 수상했다는 정보보다는, 올해 햇차의 작황, 출품된 차에 대한 평가가 있다면 햇차 구입에 더 큰 도움이 되겠다.


(3) 음식점 안내가 부족: 행사장에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푸드 트럭 3대밖에 없었다. 메뉴는 한우초밥, 닭꼬치, 핫도그로 간단히 먹고 바쁘게 돌아다니기에는 괜찮은 메뉴 구성이었는데, 행사장 주변의 식당에 대한 안내는 찾지 못했다. 주변의 화개골 상권과 동떨어진 축제가 되는 듯하여 아쉬웠다.


(4) 본무대의 소음: 본무대에서 사회자의 행사 진행은 모르겠는데 음악을 틀어 놓으면 행사장 어느 곳에서도 소음 때문에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다원 사장님으로부터 차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주간 행사 시간에는 볼륨을 조금 줄여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무대 공연보다 마지막 날 진행했던 것 같은 소규모 버스킹 공연을 더 유치하는 것이 축제의 흥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안사항

(1) 시음권의 판매: 이번 축제에서 판매한 체험권과 유사하게 시음권을 판매하는 것을 제안한다. 현재 참가 다원들이 기꺼이 무료 시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관람객, 특히 처음 방문하는 관람객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무 다원 부스에나 들어가 무료 시음을 청하는 것이 무척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무료 시음을 하는 것이 참가 다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을까, 나이 드신 다원 사장님들이 많은데 장시간 서빙을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시음권을 판매한다면 시음권을 구매한 사람들은 오히려 편안하게 시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원들이 자율적으로 시음 메뉴를 정하게 하고, 다원들에게 시음권 판매 수익을 나눈다면 다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인기 있는 다원 부스에 관람객이 몰리는 것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음권을 구매한 사람은 자신의 방문 기간 내에 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가한 다원 부스에도 고르게 관람객이 갈 것이다.
 자리에 앉아서 하는 시음은 시음권을 구매한 사람에게만 제공하고, 대신에 부스 앞을 지나가는 관람객에게는 일회용 컵 또는 자신이 들고 온 용기에 미리 우려낸 차 한잔씩 홍보용으로 나눠주거나 직접 따라 마시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인원 분산을 위해 다원 부스에서 미리 예약을 받는 것도 대안이다.


(2) 다식의 판매: 체질에 따라 어떤 이들에게는 빈속에 차를 거푸 들이마시는 것이 고역일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다식을 챙겨 먹으라 한다. 그런데 이번 행사장에서는 들고 다니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다식을 구할 수 없었다. 지역 특산물 판매는 많이 했으나 정작 간편한 다식 메뉴는 없었다. 차를 마셔 오른 열을 식히라는 뜻인지  녹차 아이스크림은 4곳에서나 팔았다. 참 맛있기는 했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차를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뻥튀기나 전병 과자를 행사장에서 판매하면 어떨까. 즉석 뻥튀기 기계를 갖다 놓고 팔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농반진반으로 내년 하동 세계차엑스포 행사장에서는 뻥튀기를 팔아 볼까 생각 중이다.

 

새벽에 차밭길 트레킹을 하면서 만난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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