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 잡설(茶談雜說):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차를, 시작합니다." 김용재 지음. 오픈하우스.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차에 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애호가로서 차에 접근하는 방식도 맘에 들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차에 다가서다: 차에 입문하기
(2) 차를 고르다: 차를 구입하는 요령
(3) 차를 다루다: 차를 우리는 방법
(4) 차를 더하다: 차와 함께하면 좋은 식물, 음악 등등
(5) 차를 만나다: 우리나라의 차 재배 산지
(6) 차를 익히다: 티 클래스에 참여하기
(7) 차에 스며들다: 차를 생활화 하기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 멋들어지게 차를 마시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차를 즐기는 풍류가 대단하여 이 책을 읽다 보면 차 세계에게 입문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날 듯하다. 그런데 거기까지. 정작 "어떻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여 아쉽다. 이 책은 차생활 입문을 위한 실용서, 요리책이라기보다는 이 시대 차 풍류에 관한 에세이로 분류하는 게 맞아 보인다. 수록된 사진들도 훌륭하고 의미가 있어서 사진만 보아도 즐겁다.
겨울이 오면 조금 번거로워도 무쇠탕관에 화로를 꺼낸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김이 서리는 모습을 보면 차 맛도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무쇠 탕관에 물을 끓이며 그 소리를 즐기고,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며 차를 마셔보라는... 풍류! 계절에 맞는 차뿐만 아니라 비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차도 제안해 놓았다. 찻자리를 풍성하게 해줄 음악, 그림, 식물 등도 제안하였다. 차에 갓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는 아직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정보지만, 멋지다! 그리고 와인, 위스키와 차의 조합에 대한 제안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심지어 개인 다실을 꾸미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차맛을 알고, 우려낼 줄 안 뒤 차생활과 풍류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정보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작 차를 맛있게 우려내고 차 생활을 유지하는 구체적 방법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저자는 "같은 차인데, 왜 제가 우리면 맛이 다를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 서평을 쓰는 작가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자기가 원하는 차맛을 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게 아쉽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호기심을 갖고 여러 시도를 해보라'이다(10페이지). 작가도 격하게 동의하는 지점이다. 나의 완벽한 레서피 개발을 위해서는 여러 번 시도를 해봐야 한다. 그런데 책을 구입한 독자들을 위해서 실험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적어도 방향은 제시했어야 했다.
함박눈 내리는 날은 말차가 제격이다. 폭신하게 쌓인 말차의 포말이 함박눈 쌓인 모습 같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서 쥔 찻사발의 온기가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를 우리는 방법으로 "차의 양*(곱하기)우리는 시간/(나누기)물의 양"이란 차 우리기 공식을 제시하였다(98페이지). "완벽한 차 한잔을 위한 레서피"에서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중요하게 다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정작 이 공식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곱하기와 나누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 없어서 독자들이 활용을 할 수 없다. 추가 설명이 있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차를 구입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쉽다. 차 산지에 대한 정보는 흥미롭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지인 정읍과 남원 지역을 소개해준 것은 고맙기까지 했다.
차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면서 손님의 취향, 속도,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70 페이지)라고 하였다. 매우 동의한다. 찻자리를 책임지는 팽주로서 손님을 배려하며 차의 농도, 온도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앞선 지적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려를 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는 게 아쉽다.
차는 정말 특별한 취미다. 이 정도면 끝이 아닐까 싶을 때 또 새로운 지평선이 나타난다.
물의 선택에 대해 직접 실험한 결과를 소개(93 페이지)한 것이 인상적이고, 도움이 되었다. 물 끓이는 방법도 언급하고 있는데, 낮은 온도로 차를 우려야 할 때, 일단 물을 끓인 후에 식혀서 써야 한다고 적었다(97 페이지). 이게 통설이기는 하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끓인 후 식혀야 차가 더 맛있게 우러나기 때문이라 했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완전히 끓이지 않은 물에 용존 산소량이 많아서 맛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왕에 물의 선택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면 끓여낸 물 맛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따져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동의 자닮황차를 소개했다. 그런데 1년에 겨우 40통 밖에 생산이 안 되는 이 차는, 맛이 매우 궁금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이 사실상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차로 보인다. 이런 귀한차는 개인 에세이에나 소개할 내용으로 보인다.
차와 함께하면 좋은 와인, 위스키, 음악, 그림, 심지어 식물을 얘기하면서 정작 찻자리에 빠질 수 없는 다식에 대해 한 페이지 가량만 할애한 점은 의아하기까지 하다(106페이지). 이렇게 차풍류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다식에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매우 아쉬웠다.
나에게 차는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다. 차를 통해서 오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다양한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즐기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 시대 차풍류에 관한 에세이로 읽는다면 매우 흥미롭지만, 차생활 입문을 위한 실용서로 보기에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책의 제목이 "차를, 시작합니다"이고, 서점에서 요리 실용서로 분류가 되어 독자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커 보여 강조하고 싶다.
이렇게 멋진 젊은 다인들이 늘어나고, 책도 발간니 무척 반가운 일이다. 몽원다인도 어서 기여를 해야 하는데 글을 쓰기 위한 취재 단계부터 늘어지고, 다 안다고 생각했던 정보도 뜯어 살펴보면 허술한 부분이 많아서 다시 검토를 해야 하는 등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그저 여기에 모아 놓은 글 쪼가리라도 독자들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