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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Jan 18. 2019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3. 차 만들기] 시간, 물의 온도, 차의 양

아직까지도 차라고 하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만들어줘야 제맛이 날 것 같은가? 지금까지 이 매거진을 읽어 왔다면 이제는 부디 그런 선입견과는 작별하자. 차에 씌워진 전통과 문화의 껍데기를 잠시 벗겨 놓고 차, 그 자체에만 집중해보자.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 하면 차를 가장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이 매거진의 핵심이다. 이번 포스트부터 가장 중요한 차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좋아하는 차를 선택했고, 필요한 다기를 준비했다면 이제 드디어 차를 우려낼 시간이다. 완벽한 차를 우려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첫째 물과 차를 만나게 하는 시간을 얼마나 둘 것인지, 우려내는 시간. 둘째, 물을 얼마나 뜨겁게 만들어서 어느 정도의 양을 부어서 차를 우릴 것인지, 물의 양과 온도. 셋째, 차를 얼마나 넣고 우릴 것인지, 차의 양. 두 번째 물의 양과 온도에서, 사실 온도만 신경을 쓰면 되겠는데, 대부분 평상시에 차를 우릴 때, 똑같은 찻주전자나 찻잔을 사용하기에 물의 양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우려내는 시간, 물의 온도, 차의 양 이렇게 세 가지에만 유의하면 되겠다.



네 자신의 차를 알라!


차를 우려내는 것은 찻잎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그 속의 수용성 성분을 녹여내는 과정이다. 이때, 앞서 언급한 세 가지에 따라 우러나는 수용 성분의 종류가 달라지고, 차의 농도가 달라진다. 우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성분들이 더 많이 우러나온다. 물의 온도가 높으면 역시 성분들이 쉽게 우러나온다. 차의 양이 많으면 당연히 우러나는 성분의 절대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요건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찻잎의 특성과 상태에 따라서 달리 잡아야 한다.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당신의 차를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어떤 재료로 요리를 하든, 원재료를 만져보고, 맛보고, 냄새 맡아봐야만 한다. 그래야 조리 방법과 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 여담으로 레서피만 보고 기계적으로 따라서 요리하는 사람은 하수다. 제빵이나 밥 짓기처럼 재료가 어디서든 거의 균질한 경우를 빼고, 요리 재료가 똑같을 수가 전혀 없다. 그날그날의 재료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하다 못해 달걀 하나를 삶을 때도 미세한 크기 차이에 따라 삶는 시간을 달리 한다.


새로 구입한 찻잎을 만져 보고, 냄새 맡고, 한 가닥 씹어도 보면서 찻잎이 얼마나 작은지, 얇은지, 두꺼운지, 향은 어떤지 등등을 파악한다. 찻잎이 어리고 작거나 기계 제다 과정을 통해서 잘린 잎들이 많다면, 가급적 물의 온도는 낮게 시간은 짧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리거나 잘린 찻잎에서는 쓴맛을 내는 카페인을 포함한 차의 성분들이 쉽게 빨리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가 원치 않는 쓰고 떫은맛이 과하게 우러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전, 세작 녹차와 일본 센차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에 찻잎이 두껍거나 쌀알처럼 동글게 말려 있고, 통 잎인 차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온도에 오랫동안 우려야 한다. 아무래도 찻잎 표면과 속의 성분이 용출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더 소요된다. 중국이나 대만의 청차(우롱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낙엽과 같이 바짝 마른 차의 경우에도 온도와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있는데 일부 백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차들은 우려내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해 윤포라고 차를 물에 살짝 데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찻잎이 들어 있는 찻주전자에 차거나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바로 따라 버리는 방법이다.


저울로 찻잎의 무게를 재서 사용한다면 상관없겠지만, 티스푼으로 계량을 한다면 찻잎의 밀도가 어떤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밀도가 높은 차는 낮은 차보다 많은 양을 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리거나 작은 잎, 또는 쌀알처럼 말아 놓은 차의 경우 찻잎의 밀도가 높다.


티백으로 차를 우릴 때도 티백을 만져 보길 권한다. 우려내기 전 티백의 내용물을 만져본 분은 아마 거의 없지 싶다. 흔하게 접하는 티백의 내용물은 잘게 썰린 찻잎이다. 분차라고도 하는, 잎차를 만들고 남은 가루를 모아서 티백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우려내는 시간은 당연히 짧아야 한다. 물의 온도도 낮게 할 필요가 있다. 찻잎을 그대로 넣은 티백도 있어서 이 경우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더 길게 온도는 높게 맞춰 주어야 한다.  


여기서 나라별 차를 우려내는 스타일에 관해 잠시 언급해야겠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차의 양을 많이 넣고 높은 온도의 물로 짧은 시간 동안 우려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차의 양을 상대적으로 조금 넣고 높은 온도로 오랫동안 우려낸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차의 설명서들을 찾아보면 차를 우리는 시간이 최소 1분이다. 반면에 대만에서는 최소 20초부터 시작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차의 음용 목적이 건강 증진이어서 카테킨과 같은 몸에 유익한 차 성분을 우려내기 위해 오랫동안 우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래 우리면 맛은 확실히 쓰고 떫어져서 고유의 향을 즐기기 어렵다. 중국과 대만 스타일은 차의 향기를 추출하고 쓴맛은 배제하는 방식이다. 어떤 스타일이 더 좋은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다. 이 매거진에서는 본인의 입맛대로 차를 우려내는 방법을 소개할 뿐이다.


얼추 차를 우려낼 때 물의 온도와 우려내는 시간의 대강의 조정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차의 양은 차의 종류별 우리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 사실 물의 온도와 우려내는 시간은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바뀔 수밖에 없다. 대강의 기준은 제시하겠지만, 찻잎의 특성과 취향에 따라 가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포스트잇과 같은 접착식 메모지에 온도, 시간, 차의 양을 메모해서 차 보관함에 부착해 놓는 것이 유용하다. 또는 다탁 위에 작은 노트를 두고 마치 실험 노트처럼 시음 메모를 기록하는 것도 좋다. 몇 번을 실험적으로 우려 마셔 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조합을 찾는 과정의 이후 포스트에서 설명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취향에 맞는 좋은 차를 고르는 것이 사실 완벽한 차 한잔의 성패를 좌우한다. 차 만드는 과정은 맛있는 차를 맛없게 만들 수는 있어도, 맛없는 차를 맛있게 만들 수는 없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랄까. 아니 사실 어떤 차라도 맛있게 또는 마실만하게 만드는 비법이 있는데 첨가물을 넣으면 된다. 우유나 설탕을 넣어서 못 마실 차는 없다. 첨가물에 대해서는 이번 챕터의 후반부에서 소개한다. 정리하면, 차 만들기의 초점은 원래 차의 맛을 상하지 않게, 충실히 발현시키는 것이다. 찻잎이 가진 원래의 향을 충분히 우러나게 만들면서 너무 떫거나 쓰지 않게 끔 만드는 게 핵심이다.


차를 찬물에 바로 담가 우리는, 냉침법


대부분 차를 따뜻하게 마신다. 인도에서는 아무리 날씨가 푹푹 쪄도 따뜻한 밀크티만을 고집하는 것을 보았다. 설탕을 엄청 많이 넣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 하나 부록처럼 소개하고 싶은 차 우리는 방법은 냉침법(Cold brew)이다. 차를 찬물에 담가 우리는 것인데, 근자에 더치커피가 널리 퍼지면서 이 방법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 것으로 안다.


더치커피는 무슨 수술장비 같은 관이며 튜브를 사용해 우려내지만 차는 매우 간단하다. 물에 차를 넣고 상온이나 냉장고에 두면 된다. 날씨가 더울 때는, 물론 상온보다는 냉장고에서 우리는 것이 좋다. 찻잎에 따라서 우리는 시간을 조정하는데 얇은 잎은 몇 시간만 우려도 충분하고, 잎이 두껍고 단단히 말려 있다면 하룻밤 정도를 우려내면 된다. 우리나라 녹차나 일본 센차가 잎이 야들야들해서 냉침에 적합하다. 저자는 여름이면 거름망이 있는 유리잔에 녹차를 반나절 정도 냉침하여 즐겨 마신다. 냉침법도 과감히 과감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영국 왕립화학협회의 완벽한 홍차 만드는 방법


또 다른 부록으로 무려 영국의 왕립화학협회(Royal Society of Chemistry)가 2003년 6월에 발표한 ‘한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주 진지하게 방법을 제안한 것은 아니고 요리가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의 신민들을 배려한 영국식 유머가 곁들여진 것이다.

ㅇ 재료: 물(연수로 준비), 차가운 우유, 백설탕, 홍차는 아삼(Assam) 잎차(차의 양은 1잔에 1티스푼(약 2 그램) 꼴로)
ㅇ 다기: 주전자, 도자기 찻주전자, 도자기 찻잔, 거름망, 티스푼, 전자레인지
  * 홍차 티백은 사용을 권하지 않음. 간편하고 추출 빠르지만, 좋은 향을 기대하기 어려움(역자 주: 좋은 티백도 있는데 왜 이렇게 단정했는지 의문이다)
ㅇ 우려내는 과정
(1) 필요한 물을 계량하여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
(2) 동시에 찻주전자에 물을 넣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정도 데워준 후 물은 버린다
(3) 데워진 찻주전자에 한 티스푼의 찻잎을 넣는다(1잔을 위해)
(4) 펄펄 끓는 물을 찻주전자에 넣고 저어준다
(5) 3분 동안 우려 준다
(6) 찻잔에 먼저 차가운 우유를 넣고 그 다음에 우려낸 차를 따라준다.
(7)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다
  * 섭씨 60~65도 정도의 온도가 조용히 차를 음미하기에 적당한 온도이다


제일 마지막에 차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백미가 아닌가 싶다: "춥고 비가 퍼붓는 날씨 속에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한 30분 정도 걸어 집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음"


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 주의할 사항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 한번 끓였던 물을 다시 가열하여 차를 우리지 말 것. 차맛을 내는데 중요한 용존 산소가 부족함
- 지하수와 같은 경수를 사용하지 말 것. 물속 성분이 차 속의 성분과 화학 작용을 일으켜 찌꺼기를 만듦
- 차속 카페인은 1분 이내에 용출되고, 폴리페놀이 용출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림. 3분 이상 지나면 분자량이 큰 타닌이 용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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