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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Feb 18. 2019

차를 우려내기에 좋은 물은?    생수 vs. 정수

[3. 차 만들기] 물의 선택

차 맛의 80%를 물맛이 좌우한다고 서문에서 언급했었다. 그만큼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어떤 물이 좋은 물일까? 일반적으로 무색무취의 깨끗한 물이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당장 일상에서 차를 우려낼 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물의 선택지는 첫째 수돗물, 둘째 정수(정수기에서 받는 물), 셋째 약수 또는 지하수, 넷째 먹는 샘물(시판 생수) 정도이다. 이를 다시 크게 2 분류하면 단물(연수)과 센물(경수)로 나눠진다. 센물은 물속에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많이 녹아 있는 물로 약수와 생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연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는 물로 수돗물과 정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단물이 차를 우려내기에는 더 적합하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차를 우려내는 것은 물에 찻잎의 성분을 녹여내는 과정인데, 물속에 각종 성분이 많이 녹아 있다면 찻잎의 성분이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네랄 성분을 덜 포함하고 있는 단물에서 찻잎의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용출될 것이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많이 녹아 있는 물에서는 그다지 개운하지 않은, 비린 맛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칼슘과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이 전혀 녹아 있지 않으면, 물맛이 밍밍하다. 증류수의 맛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증류수로 차를 우리면? 찻잎의 성분은 잘 우러나겠지만, 차의 맛이 없다. 차맛의 80%는 물맛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단물인 수돗물과 정수는 어느 정도의 미네랄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점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


센물의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은 차 속의 성분과 반응하여 찻잔에 차 때(tea scum 또는 tea stain)가 심하게 낄 수 있다. 단물을 사용하여도 증류수를 사용하지 않는 한 이온성분과 반응하면서 찻잔에 차 때가 조금씩 끼기 마련인데, 센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센물 가운데 설악산 오색약수와 같이 철 성분을 많이 포함한 물이 있는데, 이런 약수를 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면 철 이온이 차 속의 성분과 반응하여 찻물이 부옇게 변하고 차에서 쇠 비린내가 날 수 있다.


가급적 다양한 성분이 녹아 있지 않은, 그렇다고 전혀 없지도 않은 단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돗물과 정수가 차를 우려 내기에 충분히 좋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의 원수로 대부분 강물이나 저수지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돗물은 미네랄 성분이 조금 녹아있는 단물이다. 수돗물에 관해서는 염소 냄새를 걱정하는데, 물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염소는 쉽게 제거된다. 수도관의 부식으로 수돗물에 중금속이 녹아들어 가는 것을 걱정한다면 정수기를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정수기는 염소와 더불어 중금속을 포함한 미네랄 성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더 안전하게 마실 수 있겠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특정 브랜드의 생수로 차를 우리면 차맛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가 비법처럼 전하기도 한다. 가능한 얘기다. 특정 샘물의 성분 구성이 특정한 차의 성분과 기막힌 균형을 만들면서 특별한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먹는 샘물 브랜드들을 비교해보면 제법 성분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차맛을 위해 이런 완벽한 샘물을 찾아 헤매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생수 구입 비용은? 생수를 마시고 나서 남는 페트병 쓰레기는? 최적의 생수를 찾기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차맛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수돗물이나 브리타와 같은 정수기로 정수한 물을 찻물로 사용한다.


물과 차에 대해서 너무 화학적,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되려 차 마시는 정취를 망가뜨릴 수 있다. 정성을 다하기 위해 깊은 산골까지 발품을 팔아 구해온 약수는, 그 자체로 차와 찻자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다만 차 우리기에 약간의 과학을 가미한다면, 센물보다는 단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물을 마셔봐서 이상한 맛이 없고 목 넘김이 좋은 물을 사용하면 충분하다. 굳이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해 생수를 구입해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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