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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Mar 03. 2019

차를 우려내는 순서와 유용한 팁

[3. 차 만들기] 차를 우려내는 순서

차를 우려내는 순서를 단계별로 정리하였다. 사실 별 대단할 것은 없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식은 중국식도, 일본식도, 한국식도 아니다. 전통 다도 또는 다예 방식에서 핵심만 추려서 완벽한 차 한잔을 만드는 방식을 종합했다고 보면 되겠다. 완벽한 차맛을 위해서는 족보와 계보를 따질 것 없이 좋은 방법이면 뭐든 받아들여 쓰면 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방법은 집에서 다기를 갖춰 놓고 차를 마실 때의 상황을 고려했다. 말하자면 정찬을 차리는 과정이다. 외부에서 간편하게 차를 마실 때의 과정은 별도로 소개하겠다.  


1. 물을 계량해서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

보통 차를 마실 때 5회가량 우려내어 마신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너무 큰 다관보다는 100ml에서 200ml 이하 크기의 다관 또는 개완이 적절하다. 경험상 혼자서 한 500ml 정도 마시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물론 혼자만이 아니라 여럿이 찻자리를 함께 한다면 이에 따라 물의 양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물의 량을 컵 또는 계량컵을 사용하여 계량하고 주전자에 넣어 가열한다. 주전자 중에는 휘슬이 달려 있어서 물이 끓음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없다면 가열을 시작하면서 타이머를 세팅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타이머는 물을 끓여 보면서 필요 온도에 따라 적정한 시간을 기억해 놓고 사용하면 된다.

팁. 눈금이 있는 투명한 유리 주전자를 사용하면 별도의 계량컵 없이도 간편하게 계량을 할 수 있다.


2. 물을 끓이는 동안 찻상을 차린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다기는 첫째 차를 우려내기 위한 다관 또는 개완, 둘째 차를 식히기 위한 숙우 또는 차해, 셋째 차를 마시기 위한 찻잔이다. 물 식힘 그릇을 정 두기 어렵다면 생략해도 좋다. 대신 시간을 두고 식히면 되기 때문이다. 다기에 관해서는 앞선 포스트, "다기(茶器)는 너무 어려워?"를 참고.


다반이나 다탁을 두고 다기를 항시 준비해 놓으면 편리하다. 찻상을 차릴 때 물이나 차를 흘릴 것에 대비한 잔받침 또는 다포를 챙겨 놓으면 유용하다. 다식도 이때 미리 준비해 놓으면 좋다. 다식에 관해서는 이후에 더 얘기하겠지만, 공복에 차를 마실 때 다식을 꼭 챙겨 먹는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차의 카페인 성분이 위장에 자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쩔 때는 다식이 더 찻자리의 큰 매력일 수도 있다. 입을 헹구는 용도의 물도 한 컵 준비해 놓으면 좋다.

팁. 여러 명이서 찻자리를 가질 때는 큰 우림 그릇 하나를 쓰는 것보다는 다관 또는 개완을 복수로 준비하여 여러 종류의 차를 우리는 것을 제안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큰 우림 그릇을 쓰면 차의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의 다관 또는 개완을 재사용할 수 도 있지만, 그것을 물로 헹구고 찻잎을 계량하여 넣는 것이 부산스러울뿐더러 동시에 여러 종류의 차맛을 비교하며 마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종류의 차를 내놓을 것이라면 너무 향이 튀는 차의 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도 차를 바꿀 때 입과 잔을 헹구기 위한 물도 반드시 함께 준비해야 한다.


3. 차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찻잎량을 계량한다

찻상을 준비했으면 저울이나 티스푼을 사용하여 찻잎을 계량한다. 차 한 티스푼은 1~2g 정도가 된다. 정확하게 계량하기 위해서는 저울이 좋기는 하다. 계량한 찻잎은 다관 또는 개완에 넣는다.


4. 물 온도를 확인하고 주전자를 옮긴다

찻상을 차리고 찻잎을 계량하는 동안 물은 충분 덥혀질 것이다. 물을 완전히 끓였다 식힐 수도 있고, 적정 온도로만 덥히는 방법도 있다. 100도까지 완전히 끓였다 식히는 것보다 차를 우리는데 필요한 적정 온도로만 끓이는 것을 권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물속의 용존 기체를 좀 더 남기는 것이 차맛에 좋기 때문이다. 완전히 물이 끓고 또 여기서 한동안 더 끓이게 되면 물속의 산소가 모두 날아가게 된다.  


물을 가열하면서 물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막대 온도계를 사용하거나 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할 수 있다.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위생적이고 간편하다. 또는 주전자에서 나는 소리를 듣거나 물속 기포의 크기를 보고서 물의 온도를 짐작할 수 있다. 대략 물의 온도가 80도 정도에 이르면 물속에 기포가 생기면서 뽀글뽀글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물이 뜨거워질수록 소리도 커지고 기포의 크기도 커진다.  


물이 충분히 덥혀졌으면 주전자를 찻상으로 옮긴다. 이때 보온을 위해 주전자를 그대로 찻상에 놓고 쓰기보다는 보온병에 옮겨 놓고 쓰는 것이 좋다.


5.  온도가 너무 높다면 식힘 그릇(숙우 또는 차해) 부어 식힌다

물의 온도가 높을 수 있다. 너무 높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면 차의 카페인 성분이 빠르게 우러나와 맛이 쓰고 떫어질 수 있다. 숙우에 물을 넣고 기다리면서 적정온도에 다다르도록 기다린다. 숙우에 물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물 온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온도계로 물의 온도를 측정하던가 숙우를 손으로 잡아 보면서 물의 온도를 짐작해 본다. 이때도 타이머를 사용하면 물 식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물 식힘 그릇이 없다면 스마트폰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하여 식기를 기다리는 수가 있다.


6. 식힌 물을 우림 그릇(다관 또는 개완) 붓고 우려낸다

적정 온도로 식힌 물을 찻잎을 넣어둔 다관 또는 개완에 붓고 우려낸다. 이때 반드시 타이머를 세팅하는 것을 권한다. 또는 시계를 사용하여 우려내는 시간을 측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찻잎의 양과 물의 온도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우려내는 시간만이 차의 맛을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라서 중요하다. 첫물차는 몰라도, 이후 우려내는 차는 맛에 따라 시간을 가감하여 차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팁 1.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 사용하면 간편하다. 찻상 세팅에 분주하기 때문에 손을 쓰는 대신 소리로만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의 이점이 상당히 크다.
팁 2. 물을 식혔더라도 충분히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온도이다. 차를 우려내는 전 과정에서 항상 화상에 유의해야 한다.


7. 알람이 울리면 완성된 차를 식힘 그릇(숙우 또는 차해)에 부어준다

이 알람은 드디어 차가 완성되었다는 반가운 소리다. 그러나 완성된 차를 찻잔에 직접 붓기보다는 식힘 그릇에 붓는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차의 온도를 식히기 위함이다. 식히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 우려낸 차를 추가함으로써 차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둘째, 차의 농도를 균일하게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100도에 가까운 물로 차를 우려냈다면, 완성된 차의 온도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80도에 가깝다. 입안을 홀랑 데기에 딱 좋은 온도라고 할 수 있다. 조금만 여유를 갖자.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차와 멀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너무 뜨거운 차를 서빙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전통 다도에서 차를 찻잔에 따를 때, 잔을 돌아가며 각각 3번에 나눠서 부으라고 가르친다. 이유는 다관에서 차가 우러날 때 상하층의 농도가 달라서 농도를 균일하게 맞추기 위함이다. 그런데 차해에 완성된 차를 부어주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농도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팁 1. 다관 또는 개완의 차를 식힘 그릇에 부은 후에 다관 또는 개완의 뚜껑을 들어 향기를 맡아 본다. 왜? 차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뚜껑에 닿으면서 향기가 집약된다. 뚜껑의 향을 맡으면서 우려낸 차의 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뚜껑 안쪽의 따뜻한 기운을 흡입하면 그냥 기분이 좋다.
팁 2. 식힘 그릇에  부어 놓은 차의 색깔을 보면서 역시 차의 농도를 짐작해 본다. 투명한 차해를 사용하면 차의 색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두물, 세물차의 농도를 조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팁 3. 차의 온도를 빨리 식히기 위해서 우림 그릇에서 차를 따를 때 가능한 높은 위치에서 조금씩 천천히 따라주면 좋다. 차가 공기와 접하는 면적과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중국의 다예사들이 주둥이가 매우 긴 주전자를 사용하여 차를 서빙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쉽겠다.


8. 식힘 그릇의 차가 충분히 식었으면 찻잔에 부어 마신다

차의 온도가 충분히 식었다면 비로소 차를 찻잔에 부어 음미하며 마신다. 이때 찻자리 주인은 차의 맛과 농도가 적정한지 평가한다. 그리고 앞 단계에서 살펴본 차의 색과 향의 정보를 종합하여 다음번 우려내는 차의 우려내는 시간을 정한다. 만약 차가 너무 진하게 우러나와 차의 맛이 쓰다면, 다음에 우리는 차의 우리는 시간을 짧게 잡아서 우려낸 후 차해에 남아 있는 첫물차와 섞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차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첫물차의 농도가 흐리다면 두물차의 우리는 시간을 조금 늘려서 우려내어 섞어주고, 반대로 농도가 짙다면 두물차의 우리는 시간을 줄여서 섞어주는 식이다. 매번 차를 우려낼 때마다 차의 맛과 향은 변한다. 이 변화를 즐길 수도 있는데, 단순하게 매회의 차를 다 마시고 난 후에 다시 우려 마시면 된다.

팁 1. 높은 온도의 물을 쓴다면 식힘 그릇을 사용해도 차가 빨리 식지 않는다. 이때 숙우 또는 차해를 2개 사용하여 식히면 설거지 꺼리는 더 나오겠지만차가 빨리 식어서 편리하다. 저자는 유리와 도자기 차해 2개를 놓고 쓴다. 1차 식힘그릇으로 유리 차해를 쓰는데 차의 색을 볼 수 있고, 유리의 재료 특성상 차가 빨리 식는다. 2차 식힘 그릇은 도자기인데 재료 특성상 약간의 보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유리 차해 보다 폼이 나기 때문이다. 손님과 함께 찻자리를 가질 때 차를 따라주는 차해는 심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개의 차해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첫물차를 우리고 나서 1차 식힘 그릇에 우려낸 차를 부어 놓고 조금 둔다. 2차 그릇에 옮겨서 다시 조금 더 식히고 찻잔에 따라준다. 두물차를 우려서 비어 있는 1차 식힘 그릇을 채워준다. 2차 식힘 그릇의 첫물차를 천천히 마시는 동안 1차 식힘 그릇의 차는 식는다. 2차 식힘 그릇에 담긴 차의 온도를 보면서 1차 그릇의 두물차를 2차 그릇으로 옮겨 준다. 차를 마시면서 이 과정을 반복한다.
팁 2. 식힘 그릇이 없다면 큰 잔이나 컵을 사용하여 차를 조금 더 쉽게 식힐 수 있다. 큰 컵에 차를 조금 붓고 컵을 들고 돌려주면 공기와 접하는 접촉면이 넓어지고, 컵 자체에 열을 뺏기면서 쉽게 식는다. 
첫물부터 다섯물까지 우려낸 차. 차의 색이 확연히 차이가 날 뿐더라 맛과 향도 각각 개성이 있다. 개별 차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저자 촬영)


9. 차를 마시면서 다관 또는 개완에 물을 추가하여 우린다(5 또는 6번부터 다시 시작)

우려낸 차를 마시면서 다음번 차의 우림 시간을 정했다면, 다시 다관 또는 개완에 물을 추가하여 우려낸다. 만약 보온병 속 물의 온도가 높다면 5번으로 돌아가 물 식혀주기부터 시작하고, 적정 온도의 물을 보온병에 담아 두었다면 6번부터 시작한다.


10. 다시 우려낸 차를 식힘 그릇에 추가하여 마신다

이렇게 우려낸 차를 식힘 그릇에 부어 놓고 마신다. 찻자리의 규모가 크다면 손님들이 마실 차가 끊기지 않도록 주인은 미리미리 차를 우려서 차해에 채워 놓는 것이 좋다.


"차를 몇 번까지 재탕하여 마실 수 있나요?" 저자가 종종 듣는 질문이다. 한국이건, 중국이건, 인도건, 어느 나라에서든 차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자기네 차가 너무 좋다면서 열 번 넘게 우려 마셔도 본래의 맛과 향이 유지된다고 선전을 하곤 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이 차를 팔기만 하지 차맛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봤을 때 찻잔의 크기 찻잎의 양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차가 5회 재탕이 한계이다. 100ml잔 기준으로 다섯 잔이 넘어가면 일단 물배가 차서 더 이상 마시는 것이 버겁기도 하다.


앞서 소개했듯이 각 재탕을 할 때마다 뚜껑의 향을 주의 깊게 맡아보면 그 차의 특징적인 향이 더 이상 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또는 '고유한 향의 기운이 꺾여 버렸을 때'라고 표현하면 더 느낌이 와 닿을지 모르겠다. 그때가 재탕을 멈출 때이다. 아주 여린 녹찻잎의 경우 세물차만 되어도 고유의 향이 확 떨어진다. 밑도 끝도 없이 재탕을 하면서 물처럼 마시겠다고 한다면 말릴 수는 없다. 이때는 차라고 하기보다는 '차 스친 물'이라고 불러보자. 물론 이것은 완벽한 차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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