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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Jan 12. 2019

완벽한 차를 위한 작은 차이

[2. 다기에 관해] 편의를 위한 도구

지금까지 소개한 기구들만 있어도 차를 우려낼 수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하는 편의를 위한 도구들은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있으면 좋은 도구들이다. 계량과 위생을 위한 도구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다구 세트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차 전용으로 만들어진 자잘한 도구들이 참 많다. 심지어 자사호의 거름망을 뚫어주고 청소하기 위한 전용 도구도 봤다. 여기에서는 저자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차 한잔을 우리는데 기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들만 소개해 보겠다. 


계량이라는 말은 완벽과 가장 가까운 단어처럼 들린다. 최적의 차의 양, 물의 온도, 시간을 계량하여 차를 우림으로써 좀 더 완벽한 차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계량 도구들은 다음과 같다.


타이머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시간을 잴 수 있다. 심지어 앱 중에 차를 위한 전용 앱도 있어서 차의 종류에 따라 우리는 시간을 제안해주고 바로 타이머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가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때가 바로 차를 우려낼 때이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 "아무개야, 타이머 1분"이라고 말하면 바로 시간을 세팅해주니 아니 편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이머도 당연히 차를 우릴 때 쓸 수 있다. 다만 초단위까지 세팅할 수 있는 타이머가 좋다. 야들야들한 어린잎 녹차는 10~20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우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타이머도 없다면? 시계의 초침을 잘 들여다보면 된다. 그런데 차를 만들다 보면 너무 쉽게 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시라.


온도계

온도계는 물을 끓이고 식혀서 적당한 온도로 맞출 때 필요하다. 부엌에서 흔히 쓰는 어떤 온도계라도 쓸 수 있는데 아무래도 디지털 방식의 온도계가 빨리 읽기에 편리하다. 요즘에는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도 있어서 찻물의 온도를 맞출 때 유용하다. 기존 온도계는 물에 직접 탐침부를 담가야 하는데,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는 탐침이 없어서 물에 담그지 않고 멀찍이서 찍어 보기만 하면 된다. 끓어가는 주전자 위에서 온도계를 들고 기다리는 것은 은근히 힘들다. 다만 적외선 온도계의 정확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선을 날려 보내는 것도 아니고, 5도 이내의 오차 정도야 문제 될 것은 없다. 


다양한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 제품들이 있는데 체온계로 나온 것도 있고, 공구용으로 나온 것도 있다. 저자는 저렴한 공구용 온도계를 사용하는데 부엌에서 사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를 찻물 온도 재는 용도로 사용할 때는 방사율을 조정해 주면 좋다.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는 표면의 온도만을 측정하는데, 표면의 방사율 특성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펄펄 끓인 물에 적외선 온도계를 찍었을 때의 측정 온도가 섭씨 100도가 되게끔 조정하면 된다. 어렵다면 생략해도 무방.

철물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적외선 온도계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저자 촬영)

저울

마른 찻잎의 양을 재기 위해서 티스푼 또는 저울이 필요하다. 앞서서 티스푼(tea spoon) 자체가 찻잎의 양을 재기 위한 도구로 고안된 것이라고 했었다. 티스푼 하나가 대략 찻잎 1~2g에 해당한다. 차를 우려낼 때 항상 같은 티스푼을 사용하다 보면 찻잎의 양을 경험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정확한 계량을 위해서는 부피보다는 무게가 낫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저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램 단위의 소수점 이하 첫째 자리까지 계량할 수 있는 정도면 적당하다. 역시 전자식 저울이 간편하다. 저자는 찻잎 계량 저울을 의외의 장소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낚시점이다. 낚시할 때 추와 루어의 무게를 측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저울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찻잎을 계량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소형 저울(저자 촬영)


위생을 위한 도구들은 차를 좀 더 깔끔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찻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흘러내린 찻물을 닦고, 다기를 세척하는 도구들이 여기 해당한다. 


거름망

여기서 말하는 거름망은 앞서 살펴본 차를 우려내는 도구로서의 거름망이 아니고, 우려낸 차를 서빙하기에 앞서 한 번 더 불순물을 걸러주는 용도의 거름망이다. 보통 찻잔 위에 걸쳐 올려놓고 우려낸 차를 부어준다. 뚜껑 틈새로 찻잎을 걸러주는 개완의 경우 아무래도 불순물이 거름망 방식보다 많기 마련이다. 이때 거름망을 놓고 차를 한 번 걸러주면 좋다. 부스러기가 많은 찻잎이 아니라면 사실 그렇게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분상 한 번 걸러주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거름망을 통과하면서 와인 디캔팅을 하듯이 찻물 속에 공기가 녹아들어서 맛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차 전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소재로는 스테인리스 망으로 된 것이 가장 흔하고, 대나물을 얽어서 만든 망이나 금속이나 도자기에 정교한 홈을 파 놓은 것들도 있다. 부엌에서 된장국을 끓일 때 사용하는 거름망도 크기만 적당하면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무려 은으로 만든 거름망!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다 어마무시한 가격 때문에 돌아 섰던 공예작품이다.(인천공항 전시품, 저자 촬영)


다반 또는 다탁

아무 테이블에다 다기를 놓고 차를 우려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아무래도 물을 다루다 보니 아무리 물 끊김이 좋은 다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물이 흐르고 튀기 마련이다. 다반은 다기를 놓는 전용 쟁반이고, 다탁은 역시 다기를 놓는 전용 탁자이다. 혹시 "효리네 민박"을 봤다면 그 집 거실에서 사용하던 거대한 다반을 기억하시는지? 아침마다 민박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이차를 마시던 다반 말이다.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반인데, 가장 큰 특징은 찻물이 흘러도 바로 흘러가게끔 배수로(?)가 설치되어 있는 점이다. 전용 다반과 다탁들은 물이 흘러내려도 받아 낼 수 있는 수조나 배수관을 설치 해 놓고 있다. 그 위에서 잔과 다관을 씻을 수도 있다. 주로 중국의 공푸식 다법에서 사용한다.


이런 다반 또는 다탁이 있으면 편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찻물을 바로 버리는 것이 필요지 않다면, 평범한 나무 쟁반 위에 아래 소개할 다포 또는 다건만 깔아주어도 충분하다. 아니 어쩌면 그게 더 폼이 날 수도 있다. 다기를 위한 전용 쟁반이나 탁자는 차를 계속 마시다 보면 아무래도 찾게 된다. 아무 곳에서나 차를 마시는 것보다는 분위기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부엌 용품점에서 예쁘게 디자인한 나무 쟁반을 흔하게 구할 수 있다. 좀 더 예술적인 것을 찾는다면 목공예 전문점에서도 다반 또는 다탁을 구할 수 있다.


다포 또는 다건

다포는 다기를 놓는 깔개이고 다건은 다기 전용 수건이다. 차를 마실 때 흐르는 물이나 차를 흡수하고 닦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포는 다기를 내려놓을 때 방음의 역할도 한다. 역시 아무 수건이나 깔개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하나 고려할 점은 색깔이다. 찻물이 흘러서 마르게 되면 누런 얼룩이 남는다. 이 얼룩은 빨아도 잘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니다 보면 갈색이나 붉은색 계통의 다포나 다건이 흔하게 쓰인다. 검은색이나 남색과 같은 짙은 색도 무방해 보이는데 다른 다구와의 조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기 전용 세척 도구

중국이나 대만에서 차를 마시면서 유심히 보면 다기를 대충 헹궈서 보관한다. 뜨거운 물을 한번 뿌리고, 끝이다. 그래서 다관이나 개완에 보면 차의 흔적이 더께더께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중화권에서는 이것을 연륜의 흔적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 조선사람들은? 새것처럼 깨끗한 다기에 차를 마시는 게 좋다. 


차의 타닌 성분이 다기의 표면에 점착하는데 이렇게 생긴 차 얼룩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지우기는 힘들고 물리적으로 긁어서 제거해야 한다. 티타임을 가진 후 바로바로 전용 스펀지나 수세미로 닦아주면 차 얼룩이 드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그래도 조금씩 차 얼룩이 남는데 가끔 한 번씩 식용소다를 사용해서 닦으면 깨끗해진다.


다기 전용 세척 도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부엌에 아무 스펀지나 솔을 정해 놓고 사용하면 된다. 다기 전용 스펀지나 수세미에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 이유는 첫째 세제가 다기 표면에 남아서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 세제는 기름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인데 다기 표면에는 제거할 기름기가 없기도 하다. 다만 입술과 접촉하는 찻잔의 경우는 필요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유약처리가 안된 다기의 경우 세제가 흡수되기 때문이다. 유약 처리가 된 도자기 다기의 경우도 가만 살펴보면 유약이 발라져 있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하게 다기 전용 세척 도구에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계량이나 위생을 위한 도구는 아니지만 차를 우려내고 마실 때 큰 도움을 주는 보온병을 살펴보고 싶다. 


보온병

차를 마시면서 보온병은 세 가지 이유로 사용한다. 첫째, 차를 마시는 동안 덥힌 찻물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둘째, 우려낸 차를 보온해서 다른 곳에 가져가서 따뜻하게 마시기 위함이다. 셋째, 보온병에 직접 찻잎을 넣고 차를 우려내기 위함이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락앤락 텀블러 보온병에는 탈착식 거름망이 붙어 있다. 이것을 보고 보온 텀블러의 용도를 차를 우려내기 위함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그런데 보온병에 찻잎과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리는 것은 그야말로 비추이다. 감잎차, 뽕잎차 같은 비 카페인 대용차의 경우 텀블러에 차를 우려도 무방하다. 그런데 보온병에 찻잎과 뜨거운 물을 넣고 장시간 높은 온도로 방치하면 먹을 수 없는 약이 된다. 입에 쓴 약.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여름날 찻잎과 찬물을 넣어 냉침을 하여 마실 때 보냉병으로 사용하면 좋다. 이 경우에는 거름망을 부착하여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차를 마실 때 보온병의 기능은 주로 덥힌 찻물의 보온이다. 끓인 물을 주전자 채로 방치하면 생각보다 빨리 식는다. 마지막 잔을 마실 때는 목욕을 해도 될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될지도 모른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어 두면 차를 마시는 동안 적당한 온도의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차는 여유롭게 마시는 게 제일이지만, 급하게 이동을 해야 하거나 또는 추운 날 밖에서 차를 마시고 싶다면 우려낸 차를 보온병에 넣어 가져 갈 수 있다. 요즘에 나오는 이름 있는 브랜드의 보온병들의 성능이 모두 너무 좋다. 그냥 마실 때보다 약간 더 따뜻하게 차를 우려내면 제법 오랫동안 적당한 온도의 차를 즐길 수 있다. 물을 담는 보온병과 차를 담는 보온병은, 가능하다면 구분해서 쓰는 게 좋겠다. 차를 담으면 아무래도 냄새가 배인다. 물통에는 물만, 차통에는 차만.


보온병을 사용할 때 뚜껑의 실리콘 패킹의 플라스틱 냄새가 거슬릴 수 있다. 반복 사용을 하면 냄새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저자는 어떻게 해도 이 냄새가 거슬려서 물 전용 보온병에는 입구에 맞는 도자기 뚜껑을 얹어서 사용한다. 대부분의 보온병이 스테인리스인데, 아주 장시간 보관을 하는 게 아니라면 쇠 냄새가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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