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어때] 엄지원x이유리 케미로 일단 보긴 봄. 드라마 <봄이 오나 봄>
성공을 위해서라면 상사든 동료든 안중에 없고, 사장 조카인 애인은 ‘9시 뉴스 앵커’ 자리에 오르기 위한 발판쯤으로 여기는 여자 ‘김보미(이유리 분)’. 한때 잘나가던 배우였지만 결혼 후 은퇴하고 국회의원 남편과 딸아이를 위해 사는 여자 ‘이봄(엄지원 분)’. 지난 23일 첫 방송한 MBC 수목 드라마 <봄이 오나 봄>은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1도 없는 두 사람이 ‘몸이 바뀌는’ 인연으로 얽히게 되는 이야기다.
그간 드라마에서 흔히 봐 왔던 ‘영혼 체인지’가 아니라 ‘육체 체인지’라는 설정이 조금은 신선하고(둘의 차이점은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믿고 보는 배우 엄지원과 이유리의 조합만으로 이미 점수를 반쯤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다만 보미의 보육원 동기가 ‘자기 사랑을 안 받아줬다’는 이유로 복수심에 ‘약을 먹이면서’ 두 여자의 몸이 뒤바뀐다는 스토리는 웃어넘기기엔 다소 오싹하고 소름 돋는 설정이다. 둘 다 뉴스 앵커와 재단 이사장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에 멀쩡한 이름 놔두고 서로를 계속 ‘아가씨’, ‘아줌마’로 불러야 하는지도 내내 의아했던 지점.
비록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의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단 두 배우의 코믹 연기가 기대 이상이므로 가볍게 보는 코믹물로는 적당하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약’을 둘러싼 비밀과 두 여자가 수시로 몸이 바뀌면서 겪게 될 변화들에 있을 듯. 부디 배우들만 하드캐리하는 드라마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볼거리 추천] 여성이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 제1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개막
영화감독과 촬영 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들의 성비가 압도적으로 기울어져 있고, 스토리도 남성 서사 위주인 한국 영화판에서 여성 연출, 여성 주연, 여성 서사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런 가운데 여성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 특히 소규모로 제작된 ‘독립영화’에 주목하는 새로운 영화제가 탄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가 기획한 제1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가 1월 25일(금)부터 27일(일)까지 서울 성동구 카우앤독에서 열린다. ‘찍는 페미’는 지난 2016년 10월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져 그 동안 영화계 내의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활동들을 해 왔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총 362명이 571만 500원(목표액 4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연출자가 여성(공동 연출의 경우 한 명 이상이 여성)’이고 ‘크레딧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며 ‘여성과 관련된 주제’여야 한다는 출품 자격에 따라 총 3편의 장편 영화와 13편의 단편 영화가 최종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폐막작인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은 영주댐 건설로 사라진 ‘기프실’ 마을의 마지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았던 주인공 할머니들의 삶이 곧 역사다. 유일한 장편 경쟁작인 강민지 감독의 <천에 오십 반지하>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청년 주거의 씁쓸한 단면을 웃프게 그려낸다.
상영 후 진행되는 GV 외에도 ‘한국영화계에서 여성영화인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상영 정보 및 예매에 관한 자세한 안내는 ‘찍는 페미’ 블로그(https://blog.naver.com/shootingfemi201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영화제의 명맥을 이어 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와 함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여성영화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이 뉴스 주목] 영화 <로마>의 배우 얄리차 아파리시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지난 1월 22일,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부문별 최종 후보가 발표됐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후보 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더 눈여겨 볼만한 소식은 영화 <로마>에서 가정부 ‘클레오’ 역을 맡은 배우 얄리차 아파리시오가 원주민 출신 여성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영화 <로마>는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로는 최초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영화 <로마>에서 고난 속에서도 담담히 자기 생을 이어나가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가정부 ‘클레오’를 연기했다. 원래 교사 지망생이었던 이 배우는 첫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동시에 그 자체로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원주민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이며, 라틴계 배우로서도 지난 2004년 이후 14년 만에 후보에 오른 네 번째 배우가 됐다.
그 외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맨, <캔 유 에버 포 기브 미?>의 멜리사 맥카시가 올랐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피부색의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밝힌 얄리차 아파리시오의 도전이 ‘수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2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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