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영(Tiffany Young)’.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지난해 미국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새 이름을 부여했다. 소녀시대에서의 활동명 ‘티파니’와 한글 이름 ‘황미영’의 ‘영’을 합친 이름이다. 여전히 ‘소녀시대 티파니’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이.
이후 티파니 영의 행보는 그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한 첫 번째 싱글 ‘Over My Skin’은 티파니 영이 작사, 작곡을 포함해 컨셉과 스타일링까지 과정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곡으로, 당당하고 직설적인 가사로 한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표현했다.
또,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에는 빌보드를 통해 “자기애, 무조건적 사랑, 수용. 표현의 자유, 희망에 집중하는 LGBTQ 커뮤니티는 계속 내게 영감을 주었고, 갈 곳이 없다고 느꼈을 때 나아갈 용기를 주면서 내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모두 ‘소녀시대 티파니’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솔로 아티스트 티파니 영은 본인의 신념과 가치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이를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으로 자신을 새롭게 정체화했다. 지난 2월 22일 발매한 첫 번째 EP 앨범 <Lips On Lips>는 그 선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티파니 영은 총 다섯 곡의 수록곡 중 ‘Runaway’를 제외한 네 곡의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해 자전적인 메시지를 담아 첫 번째 EP 앨범을 완성했다.
지난해 연말, 연락을 끊은 사이인 아버지의 채무 문제로 논란을 겪은 티파니 영은 앨범 발매에 앞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일로 앨범 작업에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었다”며 “상처를 치유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주제로 한 이번 앨범에서는 티파니 영의 개인적인 감정들을 오롯히 느낄 수 있다.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의 ‘Born Again’은 새 출발을 앞둔 티파니 영의 의지와 열망이 강하게 나타나는 곡이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리며 쓴 ‘The Flower’에는 “당신의 꽃병에 꽃이 되겠다"는 따스한 위로가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네 번째 트랙 ‘Not Barbie’는 여자 연예인이자 아티스트로서 태도와 다짐을 담은 인상적인 곡이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10년 이상을 걸그룹 멤버로 보낸 티파니 영은 “모든 아픔을 화장 뒤에 감추었던” 지난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화장이 무엇도 고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후렴구에서 티파니 영은 “남들이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날 판단할 수 없어. 그들은 날 모르니까.”라며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난 다를 뿐이니까”라며 이로 인한 부담과 죄책감에서도 자유로워지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노래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난 바비가 아니야.”
티파니 영의 ‘Not Barbie’는 지난 10년간 최정상의 걸그룹 멤버로 누구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쉽게 재단되는 위치에 있었던 한 여성이 이제 더는 남들이 원하는 “바비”가 되지 않겠노라 당당하게 선언한 노래다. 동시에 지금도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여전히 한편에서 “바비인형 비주얼 티파니”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는 동안, 티파니 영은 스스로를 다시 규정하고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노래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정해진 틀에 한정하지 않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직접 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티파니는 ‘바비’ 대신 온전한 ‘티파니 영’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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