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엄마에게 글을 써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엄마는 집 앞 도서관에서 책을 대 여섯 권씩 빌려서는 바로바로 읽어 해치우는?
엄청난 다독가이기도 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재담가이도 하다.
그런 엄마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한 것은, 내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무원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엄마 입장의 글도 보고 싶어 졌다.
내가 글을 요즘 쓰고 있다고 해도
“잘하고 있네, 딸 멋있네.” 정도의 말만 하던 엄마,
내 글이 궁금하지는 않은지 어디에 어떻게 썼느냐고 굳이 묻지 않았던 엄마이기에 그냥 그 정도 정보만 알리고 혼자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스무 개 넘게 썼다.
이제는 엄마랑 같이 써보고 싶은데….
“엄마도 써 봐. 엄마도 승무원이었는데 딸도 승무원을 하는 경우가 아직까진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같이 쓰면 재밌을 것 같은데!”
"다른 분들도 엄마에게도 글쓰기 권해보라고 많이들 얘기하고, 하면 잘할 것 같은데~"
네가 재미있게 쓰고 잘 쓰고 있으면 됐지, 엄마는 시작하는 것도 왠지 숙제 같다며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며칠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꼭 그렇게 해 보고 싶어?”
라는 말로 백기를 들었다.
딸이 원하는 건데 한 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역시, 욕심 많은 딸내미는 서른 중반이 되어도 엄마에게 바라는 것 천지다. 그리고 엄마는 결국엔 꼭 그 바람을 들어주신다.)
그리고, 엄마는 본인의 첫 비행, 내가 승무원이 된 일, 나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맡기던 날의 일들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재미있고 또 감동에 눈물이 나는 좋은 글들이었다.
쓰다 보니 재미가 붙고 의욕도 생기는지
“엄마 한 편 더 썼어요~ 블로그 와서 보세요~”라고 하루 건너 하루로 글을 올리신다.
엄청난 스피드다….. 여태까지 안 쓰고 뭘 한 거야…..
나는 일주일에 한 편을 겨우 쓰는구먼…
쓰다 보니 욕심이 생기는지 내가 한창 하던 고민과 똑 닮아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니 이게 쓰기 전엔 금방 써질 것 같았거든? 근데 계속 막히고 뭔가 찝찝한 거야…”
“그렇지 그렇지? 막 더 잘 쓰고 싶고, 이 내용 쓸라다가 저 내용이 돼버리고 그렇지?”
내가 지금 겪거나 전에 겪었던 일들이라 계속 맞장구를 치며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는 최근에 도서관에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다섯 권이나 빌려서 다 읽어버렸다고 한다.
글 쓰는 게 숙제 같다더니…..
의욕 만만, 열정 뿜뿜이다.
엄마는 “참 고맙네. 글을 쓰다 보니 기억도 생생해지고 뭔가 해소되는 느낌도 들고 참 좋아.”
라면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엄마에게 아주 유용하고도 좋은 취미를 건넨 것 같다.
“어제는 뭐 해 먹었어? 냉장고에 뭐 먹을 건 있어?
네가 안 먹는다고 00 이도 굶기는 거 아니고?”
“사과는? 야채 좀 먹어야지.”
대화의 80%는 걱정이 뒤섞인 잔소리였는데, 어느새 엄마와는 작가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하고 있다.
글감에 대한 고민, 글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대화가 더 풍부해졌다.
내가 올리는 글에 늘 댓글을 제일 먼저 달아주는 것도 엄마고, 엄마 글에 쑥스러워서 잘 못하는 표현을 담아 댓글을 다는 것은 나다.
글쓰기는 작년엔 나와의 대화를 선물하더니 올 해는 엄마와의 깊은 우정을 나누게 해 주었다.
이제 내가 작가 선배로서, 작가 후배 엄마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하고 있다.
짜릿한 선후배 역전이자 두 가지 정체성을 공유한 유일무이한 모녀가 되었다.
“딸, 글 올렸어요. 보러 오세요.”
아주 부지런한 속도로, 숙제 검사를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반짝이는 엄마의 연락이 또 도착했다.
성실하고 빛나는 후배가 생겨 나는 요새 참 행복하다!!
자꾸만 자랑하고 싶고 내보이고 싶은 나의 작가 후배님의 블로그 주소도 함께 첨부해 본다.
blog.naver.com/haule32
누리 작가의 글로 내 독자들이 좀 더 풍성한 경험을 해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