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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랩 Jun 11. 2023

엄마 손 꽉 잡아! 아니 휴대폰 놓지 마!

오랜만의 파리 비행

오랜만에 파리 비행이 나왔다.

악명 높은 비행이지만 그럼에도 설레는 이유는 그곳이 파리이기 때문에.

힘들게 일해서 가는 것이라면, 가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코로나로 감염의 우려와 현지 사정으로 인해 호텔 안에서만 갇혀있어야 했던 시절을 지나왔다.

2년 전쯤 오랜만에 온 파리에서 나는 착륙 시점에 저 멀리 빛나는 에펠탑을 조용히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열심히 줌을 당겨서, 오랜만인 에펠탑을 그렇게 아련히 바라봤다.


예전엔 비행이 고돼서 남들은 그렇게 부러워하는 파리엘 가도 호텔 근처 쇼핑몰에서 식사만 겨우 하고 방에 누워있는 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는데, 역시 밀당은 필요한 거였나 보다.


이번엔 시차 때문에 새벽부터 깨었어도, 호텔을 벗어나자마자부터 기운이 솟았다.

설렘과 기대로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팡팡 터지는 기분. 피로도 잠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았으며 눈에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다웠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듯한, 화보에서 봤을 법한 풍경들이 내 눈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삼 보 일 찍” 세 걸음에 한 번씩 카메라로 찍는다는 그 말이 너무 와닿았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진첩에 사진은 빠르게 쌓여가고, 인스타그래머블 한 샷을 한 장이라도 건져보고자 사진작가가 된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 산책하는 강아지, 테라스의 풍경등을 신나게 담았다.( 에펠탑! 센 강!! 이런 것보다 요새는 일상적인 사진들이 괜히 더 있어(?) 보인다.)

 

원래도 소매치기가 많고, 관광객 대상 범죄가 많다고 유명했던 파리, 그리고 유럽의 도시들이지만 코로나 이후로 더 기승을 부리고 수법도 교묘해졌다고 들었다.

요즘엔 휴대폰 안에 삼성 페이, 애플 페이처럼 결제 시스템이 다 되어있어서 지나가면서 폰을 접촉해서 결제하게 하는 방법으로 ‘에어 소매치기’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불안이 배가 되었다.

안 그래도 덤벙대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데다가 어딘가에 정신이 팔리면 주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흥분한 안에서도 정신을 차리고자 노력했다.


“에펠탑이다!!”

“하늘이랑 나무 봐요. 아 너무 이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봤어요? 완전 그 갬성 아니에요?! “


같이 간 동료에게 신이 나서 떠들고, 나 좀 찍어달라 , 저기 서봐라 찍어주겠다 하면서도

손에 쥔 폰을 놓칠세라 손아귀에 힘을 꽉 쥐고, 중간중간 점검하는데 에너지를 썼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호텔로 돌아가려 해도 가는 법을 검색할 수 없고, 앞서 말한 대로 휴대폰이 지갑 역할도 하고 있으며, 요즘엔 사실 백업을 해두기보다 휴대폰 자체를 앨범과 저장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나의 추억, 나의 메모, 기록 등등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으니 말 그대로 내 전부를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놓치면 정말 모든 걸 잃을까 두려워 손에 땀이 나도록 엄마 손을 붙잡고 놀이공원을 갔던 때처럼 휴대폰을 꼭 손에 쥐게 된다.

“말 안 들으면 엄마가 여기다 두고 가버린다”

날 두고 가버릴까, 엄마 손이 동아줄로 느껴졌던 어린 날처럼 휴대폰은 정말 놓쳐서는 큰 일어나는, 조금 과장해서 재앙을 부르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휴대폰만 있다면 낯선 타지에 던져져도 구글맵으로 현지인에게 말 한 번 걸지 않고도 착착 찾아가고, 그걸로 사진도 찍고 계산도 하고 궁금한 건 바로 찾아도 볼 수 있는 만능 템이지만 그걸 잃어버린다면?

엄마아빠 없인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갓난아이 신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원래도 잠시라도 눈에 안 보이면 찾기 바쁜 휴대폰이 해외에서는 ‘엄마’에 버금가는 위치가 된 것이다.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여행 중에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광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만큼이나 울고 싶어 지겠지?


어느새 휴대폰을 전지전능한 대체 불가능한 물건으로 만들어놓고 의지해버린 이상,

엄마 손 붙들듯 휴대폰을 꼭 쥐고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엄마를 잃어버리는 아찔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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