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800km에 이르는 길을 완주하려면 한 달여가 걸리는 일정이라 쉽게 다녀올 수 없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긴 시간을 들여서 이곳을 걸어본 사람들이 한결 같이 특별한 여행지였다며 추천하는 곳.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막역하게 꿈꾸는 여행지이다.
만약에 이직을 하거나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으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어보면 좋겠다 싶어서 책을 집어 들었다.
‘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의 작가는 사실 걷는 것을 싫어하고, 편한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다만 남편의 꿈이었던 이곳을 함께 걷기 위해 순례길에 발을 들이게 되어서 처음엔 힘들고 불만도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순례길에 적응하고, 그 매력에 알게 되어 무사히(?) 완주했다.
이 책은 산티아고의 1일부터 46일까지 하루의 날들을 일기처럼 담고 있다. 하루 20km 내외를 걷는 게 힘들었고,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이 길을 외 걸어야 하는지, 이 길에 끝에 무언가 있기는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남편이 너는 이 길에서 깨닫는 게 매일 그리 많냐고 할 정도로 나는 이곳에서 인생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생각의 변화와 가치들도 참 많은데 누구와도 나눌 수 없으니 매일 밤 나의 일기장만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다.
- 하루 동안 걸었던 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대화, 혼자 느꼈던 생각들이 담긴 에세이는 하나의 일기장과 같았다. 과연 순례길의 끝에서는 무엇을 만나게 될지 같이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순례길은 정말 인생의 축소판 같다. 삶의 끝엔 죽음이라는 허무함이 남는 것처럼, 어쩌면 이 길의 끝에도 내게는 허무만 남게 될까. 우리가 죽음을 목표로 하고 살지 않는 것처럼, 이 길도 완주를 바라보며 걷기보다 이 여정 자체를 즐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길에서 얻은 생각 하나. 완주라는 목표를 달려가되 그 여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나도 격하게 동의한다. 인생에서도 목표를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매일의 '일상'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즈음 어떻게 일상을 꽉 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순례길은 놀랍다. 나를 그 어느 때보다 영적으로 충만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영적인 에너지와 내면의 대화에 깊게 몰입하고 있는 요즘, 내가 답을 구할 때마다 이 길은 내게 답을 준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짧은 대화로, 우연히 읽게 된 글의 한 구절이나 장난스러운 낙서로, 자연이나 동물과의 교감으로, 또는 타인이나 나의 행동으로, 길은 나의 물음이 무엇이든 내게 어떠한 형태로든 답을 주었다. 나는 질문을 하고, 마음을 열어 답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 처음에 힘들었지만, 나중엔 영적으로 충만하고 자유로움을 주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빠르지 않더라고 '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라고.
무언가를 '완주' 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끝을 볼 때까지 그 과정을 견뎠으니까.
올해 나의 목표도 이렇게 잡아보면 좋겠다. 잘하기보다 완주만 해내자는 생각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보기로 하자. 그것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