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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14. 2019

갈 수 있을 때 가기로 했다.

가장 슬픈 일은 장소가 없어지는 일이니까.

“슬퍼서 전화했다. 가장 슬픈 일은 장소가 없어지는 일이다. 그러면 어디에 가도 그곳을 찾을 수 없다. 너는 어디 가지 말아라. 어디 가지 말고 종로 청진옥으로 와라. 지금 와라”

- 박준, 새벽에 걸려온 전화. 이문재 시인


1년 만에 그곳이 그리워서 찾아갔다. 검색한 지도에서도 그곳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기쁜 마음으로 그곳을 처음 마주했던 그 설렘을 가지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걸었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여기 이거 맞는데.’

포털사이트에 다시 검색했다. 스크롤을 내리고 몇 번의 클릭을 통해서야 알았다.


“영업 종료”


그때 이 시가 생각이 났다. 집 근처 카페나 식당이 사라질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분명 달랐다.


이곳이 여행지여서일까? 그래서 그런 걸까?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임대문의”라는 글을 마주하며 한참을 서있었다. 괜히 창문에 코를 대고 안을 들여다보고 괜히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


이 공간 너무 좋다고 주변에 전하고 다녔는데. 사장님이랑 나눈 대화가 아직도 생생한데. 내가 촌스러운 사람인 건지 아직도 나는 그때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새로 찾은 예쁜 공간에서 주인장처럼 보이는 이가 내게 물었다.


“음료 쿠폰 찍어드릴까요?”

“그거 유효기간이 있나요?”

“아뇨.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그럼, 일 년 뒤에 와도 괜찮을까요?”

“아.. 여행객이시구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원래 가려던 곳이 있기에 지나치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머물렀다. 이 공간이 어서 들어오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원래 가려던 곳이 휴무라는 말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숙소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신발은 다 젖고 몸도 으슬으슬 추웠지만 이 공간은 기대 이상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는 것도 비를 맞으며 이 공간을 보는 것도 정말 잘 어울렸다. 마치 이 공간에 오게 하려고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억지를 쓰고 싶었다.


이대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한 번으로 너무 아쉬운 공간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그곳이 준 감정들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가면 좋겠다.’ 싶었다.


SNS가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검색을 했다.  

‘찾았다. 역시 요즘 시대에 없을 수가 없지. 오픈 시간 8:00~’


오픈 시간이 8시라고? 빠르게 시간 계산을 했다. 여기서 거기까지 왕복 30분에 주문과 픽업 시간을 포함하면 빨리야 40분이었다.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내일의 나에게 달려있었다. 내일의 내가 일찍 일어나 준다면 모든 건 가능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정말 그곳까지 열심히 뛰었다. 만약은 늘 존재하니까 가기 전 오픈했는지 확인하고 정말 달렸다. 어제 오지 않았느냐고 알아보는 사장님께 오늘 떠난다고. 근데 너무 오고 싶어서 왔다고 괜히 묻지도 않은 말을 건넸다.


그리고 사진으로나마 공간의 분위기를 담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공간을 기억하기 위한 발악이었다. 한 손에 테이크 아웃 잔을 들고 돌아가면서 이처럼 뿌듯했던 적이 없다.

혹시나 이 공간이 일 년 뒤에 사라지더라도 헛헛한 마음이 조금 덜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라고 하고 안 가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을 때 가기로 했다. 질리도록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혹여나 장소가 사라졌을 때 조금이라도 헛헛한 마음이 덜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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