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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15. 2019

외로운 걸까?

지난 가을 메모장에 있던 생각

언젠가 나에게도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각자의 하루치 삶을 마무리하고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메시지 창에 “지금 산책하러 갈 건데. 갈래?”라고 무심하게 묻고 싶다. 너의 대답이 어떠하든 나는 산책을 할 테지만 말이다. 함께 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한 손에 들고 아니 없어도 상관없겠지 싶다.


우리에게 익숙한 곳을 서로의 속도에 맞추며 걸으며 오늘 하루는 어떤 하루였냐고 묻고 싶다. 가을이긴 가을인가 보라고 오늘 오후엔 하늘은 높고 구름이 뭉게뭉게 예뻤다고, 못 봤다면 이 사진 좀 보라며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 때론 아침에 뜨는 하현달을, 아니면 우리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갈 때 뜬 초승달을 봤느냐고 묻고 싶다. 어떤 날은 비가 쏟아지는 걸 알려주려는 듯 붉게 물든 하늘을 보았느냐고 말이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풀벌레 소리. 때론 물 흐르는 소리에 집중하며 아무 말하지 않아도 어색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어쩌면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소소한 것들을 별 거 아닌 일들을 나누며 공감해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나타내는 숫자가 많아지면서 나를 포장하기에 급급하고 이젠 내가 원래 그런 모습인가? 착각할 정도로 가면을 쓰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지금. 어린 시절 가면 없이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뛰어놀고 얘기 나눴던 그때가 이따금씩 그립다.


그래서 동네 친구가 필요했나 보다. 어린 시절 약속하지 않아도 놀이터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동네 친구 말이다. 가면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마주 할 수 있었던 그때 말이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았던 그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지침을 느끼고, 그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게 나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단단해 보이는 척을 하는 거지 알고 보면 무른 과일처럼 무른 사람이라고. 연약하고 쉽게 멍드는 사람이라고 이게 나라고. 그냥 동네 친구라면 이런 나라도 받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나 보다. 서로가 서로를.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말이다.


- 지난 가을 메모장에 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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