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고 싶은 말을 정갈한 한 상처럼 담아내고 싶었다. 일기, 편지, SNS에 공유되는 글까지도. 무엇보다 주변에서 한 번 글을 써보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던 터라 더 관심이 생겼다. 팔랑거리는 귀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곧 서른을 바라보는 늦은 나이지만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기로 했다. 약 6주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업을 통해 예전보다 더 촘촘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마도.
수업에서 배운 것 중 하나인 ‘불행의 역사’가 있는데 소재를 찾고 글로 풀어내기까지 유난히 더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간만큼 불행의 역사를 오래 마주한 적도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게 고통스러웠고 청승맞게 울기도 했었다. 덕분에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게 되었지.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수업이 끝나갈 때쯤엔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자!’라는 목표가 생겼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수업도 들었고, 다음에 도전한 것이 심사를 통해 글을 쓰는 권한을 주는 플랫폼인 브런치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한 번에 될 줄 알았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나버렸고, 욕심이 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겸손을 배웠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지원했던 내용으로 마침내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불행의 역사’를 쓰고 싶다고 했던 것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 불행은 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걸까?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기회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시작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조회 수와 구독자 수에 기분이 변하고 수시로 접속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때때로 공모전에 도전했다가 잘 안 되더라도 기분은 좀 상하지만 그래도 글을 쓰기 시작하고 도전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물론 쓰는 일에 대한 권태기가 찾아와서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적도 있다. 요즘도 그렇고. 그렇지만 지금까지 도전했던 것들이 아깝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쓰는 행위 자체를 가장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나는 내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내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 덕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 같다. 회사에서도 담당 부서가 있음에도 내게 요청이 들어올 때 더 자신감이 생기고.
어떻게 보면 늦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전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할 수 있는 한 있는 힘껏 도전해보기로. 결과가 어떠하든 말이다. 분명 그 시간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값진 것들이 있으니까.
글쓰기 수업 때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나는 쓰는 행위를 즐기는 쓰는 노동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