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Nov 16. 2021

알밤 사탕

 한겨레에서 뉴스레터를 받아 보고 있다. 오늘은 뉴스레터를 통해 본 어느 기사가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새터민 아들, 22살 청년은 왜 알밤 사탕을 훔쳤을까? : 사회 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위의 기사에는 한 청년이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치게 된 경위가 설명되어 있었다. 그가 처음에 훔친 것은 2000원대의 사탕이었다고 한다.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기사 중 다음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마음에 남아 생채기를 내고, 생채기를 내는 기분이었다.


 시작은 2천원짜리 알밤 사탕이었다. 배가 고파서였다. 사탕은 입에 오래 물고 있기에 적합했다. 알밤 사탕을 까서 입에 넣으면 오로지 달콤한 맛이 혀와 코에 가득 퍼졌다. 신맛이 전혀 없는 사탕이었다.


 사탕이라니, 처음엔 생필품이 아니라는 말이 조금 의아했으나 곧 그게 어떤 느낌인 줄 알 것 같았다. "오래 물고 있기에 적합하다"라는 그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도 허기를 채우기엔 적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오래도록 물고 있을 수 있는 것이자 달콤함을 선사하는 사탕을 골랐을 것이다. 신맛은 침을 더 돌게 해 배고픔을 더 느끼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어린 점장은 어느 날 내게 가끔 좀도둑들이 편의점에 방문하는데 그럴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들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며, 그들이 훔치는 것은 참치캔 따위의 것들이라 했다. 그게 가끔 생각나다 오늘 같은 날은 내내 계속 마음에 남았던 것이다. 그때도, 오늘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그들은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엔 자꾸만 들려오는 젊은 청년들의 고달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자꾸만,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 단맛 사탕을 물고 있어도 삶에서 시큼한 맛만을 느꼈을 가난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우리는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