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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r 03. 2022

모두의 봄

봄의 평화가 찾아오길

 겨울을 인내한다는 건, 봄을 즐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들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생각을 겨울 끝무렵부터 했다. 먹이를 주고 있는 새들을 보며 되뇌었다. 봄의 평화가 빨리 찾아오기를. 봄철 부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먹이를 먹으러 왔던 직박구리가 뇌리에 박혀있는데, 겨울이 되어 그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공중전을 펼치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때마다 빨리 봄이 오길 바라며, 벚꽃에 부리를 박고 열심히 꿀을 먹을 녀석들을 상상했다. 


 오늘은 역대급으로 많은 직박구리가 동시 방문을 했다. 열 마리 가까이 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열 마리 넘는 수의 직박구리가 몰려든 걸 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날개를 파닥거리며 공중전을 펼쳤다. 먹이를 먼저 먹기 위해서 혹은 혼자 독차기 하기 위해서.


 봄을 이토록 기다려본 적이 있던가. 다른 이를 위해 이렇게 봄을 기다려본 적이 있던가. 새들의 봄을 이렇게 기다려본 적이 있던가. 새들에게도 온기와 꽃의 열매와 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다. 굿럭.


주말에 만난 동박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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