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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로또 9. 내일이 기다려지는 오늘을 위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S와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서, 사실 S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인식이 잘못된 탓이겠지만,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안정적이고 편안한’ 일자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S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상세히 알게 되었다.

 “행정직이 단순히 일이 잘 돌아가게만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S는 지역사회에서 행정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공무원의 역할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때, 공무원의 경우 그걸 실제의 프로젝트나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훨씬 쉽고, 실현될 경우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새로운 걸 생각하지 않으면 하던 것에만 매몰되어 버리니까.”

 S의 말을 들으며 감천문화마을의 성공이 생각났다. 감천고개에 있는 마을은 어릴 때도 예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누가 이 마을의 가치를 알아보겠는가? 중학생 때만 해도 감천고개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아름다움은 오며 가며 주민들만 아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감천문화마을이라는 이름의 관광지로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대부분 처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교통도 불편하고, 볼 것도 특별히 없는데 오려는 사람이 있을까? 구석구석 골목은 다니기도 불편하고 지역주민조차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주민, 예술가들의 합작은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켰다. 계단 곳곳과 집들로 이어지는 벽화는 성공적인 마을의 재생을 상징하듯 다양한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도전의식이 없었다면 이 낡고 가난한 동네에 새로운 생명력이 움틀 수 없었으리라.

 무언가를 이루면 무기력한 삶을 끝낼 수 있을까? 부자가 된다면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삶은 명사로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그렇게 끝날 리도 없다. 어떤 상황에 있든지, 심지어 로또에 당첨된다고 할지라도 고통과 갈등은 사는 동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무수한 두려움과 이유 모를 우울함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삶 그 자체다. 더 이상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의 모습을 꿈꿔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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