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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외모 2. 아름다움도 쟁취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어떤 부분을 잘 해낼 수 있고 멋있을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못나 보이는 얼굴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거구나.’

 나는 벗어날 수 없는 끝없이 두렵고 우울한 구렁텅이에 늘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시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감각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한, 외모적으로 최소한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끝없는 나 자신과의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성형수술을 단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고백하건데, 고통에 대한 내성은 다른 사람 정도의 수준이거나 그보다 훨씬 엄살을 피우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까 수술을 받기 까지 정말 많이 무서웠다. 내세울 거라곤 건강밖에 없었던 스무 살의 나이에 수술을 언제 해봤겠는가? 당연히 마취부터가 인생에서 처음 일어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두려우면 멀쩡한 얼굴에 손을 안 대면 좋았을 거라고 당연한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눈이 나쁘면 라식수술을 하고, 신장이 나쁘면 신장수술을 하듯 외모가 나쁘면 성형수술을 하면 된다는 것이 당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처음 쌍꺼풀 수술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내가 병원에서,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런 이야기였다.

 “쌍꺼풀 수술은 요즘 수술도 아니랍니다.”

 “다른 수술에 비하면 너무 단순하고 쉬운 수술이기 때문에 부작용도 거의 없고 별로 아프지도 않답니다.”

 이렇게 성형수술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해치고 자신을 바꾸는 것에 대한 거리낌을 없애주었다. 수술에 대해 누구도 진지하게 말하지 않으니까, 나 역시 진지하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아름다움을 향한 선택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그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료 행위로 느껴졌다. 누구나 하는 일인데 왜 너는 못하냐고,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외모에 대해 평가할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의사들은 상담을 하면서 일관되게 이런 얘기를 하곤 했다.

 “눈꺼풀의 근육이 너무 힘이 약하고, 그래서 이마에 주름이 생길 거고, 눈썹 뼈가 지금도 이거 봐요, 이만큼 강조되니까 남성적인 인상이 되죠? 눈에 지방도 많고 피부도 두껍고, 미간이 너무 멀고, 얼굴형도 좀….”

 당시 내 귀에는 저 이야기가 이렇게 들렸다.

 “나는 쌍꺼풀 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이고 더해서 앞트임도 조금 해야 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만큼 예뻐지긴 어렵다….”

 외모의 전문가들도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졸업도 전에 성형수술을 감행한 나의 소식은 좁은 학교에 널리 알려져 감히 장안의 화제였다. 졸업식 날에 친하지도 않았던 애들이 얼굴을 구경하러 왔다갔던 정도랄까? 사실 그때는 별로 걔네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졸업이니까 이렇게 헤어지면 더 이상 너희는 내 얼굴에 대해 평가하지 못하겠구나, 아디오스! 함께해서 더러웠고 두 번 다신 마주치지도 말자!

 고등학교 때야 나부터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무턱대고 뻗대던 시절이었으니 고통을 주던 인간들도 시간이 지나 고등교육도 받고 좀 교양인으로 성장하면 괜찮아지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다. 대학을 가면 사람들이 다들 성숙해질 거고 살기에도 덜 피곤해지고 세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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