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도 매주 성형외과를 다녔다.
“선생님, 저는 뭘 하면 예뻐질까요?”
영화대사 같은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왁싱샵, 네일샵, 미용실, 헬스장 그밖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관리’의 역사가 지나갔다. 돈과 시간, 고통과 노력이 얼마나 들었는지 차마 계산해 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그런 과정이 없이는 내 존재를 긍정하기 상당히 어려웠다. 어느 순간 거울을 보며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내가 시작한 것인지, 타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도저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변화는 그러나 아주 갑작스럽고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단단한 아름다움의 신화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릴 아주 작은 의심, 그 균열은 당시 참여하던 독서모임에서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의 파반느』라는 소설로, 어쩌다 그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질 않는다. 다만 그 책에서 못생긴 여자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를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많이 울었을 뿐이었다.
나는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학교도 잘 다니고 있고, 학점도 잘 받았고 교우관계도 그럭저럭 괜찮았으며 열심히 알바해서 경제적으로도 풍족했지만, 나는 아름다움에 병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무엇으로부터 이 모든 굴레가 시작되었는지, 내가 선택한 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달리던 러닝머신 위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