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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8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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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루 Nov 19. 2023

전환

3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원래도 정신없게 지내왔는데 여전히 뒤돌아보면 정신없이 스트레스 속에서 지낸 것 같다. 지금도 계속 끝내야만 하는 일이 있는데, 지금 글을 쓰지 않는다면 결국 쓰지 못할 것 같아 시간을 냈다.


요즘은 나의 마인드세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빠가 입원하고부터 돌아가시고 또 그 후 몇 주 동안,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망가져있단 걸 자각했다. 돌아가신 직후에 마음이 휑하고, 후회하는 것투성이고,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들이 전부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빠 탓 상황 탓에 더 우울했다. 근데 한편으론 그 우울한 내 모습을 지금 상황 때문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돌이켜보면 난 원래부터 탓하던 성향이 강했고, 내 인생의 주인이 돼서 살아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핑곗거리를 찾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애도기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지금 당연히 우울할 수 있는 시기이고 힘이 안 나는 게 당연하다고 다독여주지만, 난 빨리 털고 이 새로운 물결에 내맡겨 쓸려가지 않는다면, 영영 늪에 빠져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나를 다그치는 것과 다독이는 것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기에, 빨리 털고 일어나고 싶은 맘이 크다. 세상에서 지워진 한 사람의 빈자리, 허전함, 이따금 훅훅 찾아오는 마음에 뚫린 구멍, 원망, 아빠 탓, 모든 걸 짐으로 느끼는 내 시선.


그냥, 3주쯤 지난 내 모습을 적어보고 싶었다. 당연히 우울하고 무기력해도 인정되는 시간이겠지만, 난 원래가 그런 면이 다분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그렇게 굴면서 아빠핑계를 대기가 싫다. 아빠와의 이 짧은 만남이 아니었다면 난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겠지.


 난 과연 살면서 아빠라는 인간을 제대로 만났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생이 겹쳐 지나가는 많은 날들 중에서, 아빠라는 한 인간과 내가 제대로 대면한 날이 얼마나 될까? 죽음의 순간에 가까워져서야 비로소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얼마나 짧고 미움은 얼마나 부질없고 옆에 있으면서도 마주하지 않는지 제대로 알았다.


그리고 얼마나 쓸데없는 것들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지, 진짜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헛다리 짚으며 살다 후회하는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건지, 그래서 인생은 대체 뭐가 재밌어서 웃냐가 아니라,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겠어란 말이 나온다는 거, 지금 여기가 아닌 과거와 나중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개념이라는 걸,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나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이 순간들이 모여 나의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고 그게 모여 나의 인생이 되고 그게 나라는 사람이라는 거. 그러기에 나의 마음가짐부터가  중요하다는 것...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렇게 찾아오는구나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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