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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돌고래 Oct 10. 2021

육아인의 빨간 날과 검은 날

새벽의육아잡담록: 변동성 높은 10월 육아에 대처하는 자세 

1. 

일반인과 육아인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빨간 날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주말이 하루 더 늘어나는 셈인데 이는 변동성 강한 장이 연달아 오는 형세로 웬만한 강심장 육아인이 아니라면 누구나 쫄리기 마련이다.

 

조바심에 섣불리 장난감을 풀매수하거나 과욕을 부려 무리한 일정을 짜면 육아인의 감정폭락이 예상되므로 이럴 땐 조바심 내지 않고 육아 앞에 겸손한 자세로 대처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누구도 육아를 이길 순 없기 때문이다. 


2.

흔히 TV에 나오는 슈퍼육아인은 가사 도우미나 5성급 호텔, 혹은 과감하게 앞뒤로 빨간 날을 땡겨 단기간 해외여행 등을 도모해 육아 변동성에 대처한다. 기관과 외쿡인, 아니, 기관과 외쿡땅의 쌍끌이 육아에 올라타는 스킬이 아아, 무척 부럽다,라고 할 수 있겠다. 


허나 우리 같은 개미 육아인은 5성급 호텔은 꿰고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용할 수 없고 외쿡에 가는 법은 알지만 왜인지 모르게 본전 생각나서 한 번 갈 때 졸라 ㄱㅣㄹ, 아니, 여튼 짧은 기간은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글타. 


개미 육아인은 오롯이 서로에게 의지하여 변동성 높은 2주 연속 3일 연짱의 육아적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3.

오늘, 우리 공동육아 조합원들은 근처 공터에 모여 변동성이 큰 오후 육아장을 헤쳐나갔다. 세계 육아사를 깊이 있게 공부한 이라면 마땅히 알겠으나 질풍천재 혹은 노도장인으로 불리는 급격한 감정 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이들이 바로 4살이다. 장담하는데 칭키츠칸도 4살 앞에선 한 수 접고 가야 된다.

 

그런 4살 앞에서 감히 자만심은 금물, 장기적으로는 평일에 약속했던 음식과 간식을 제공, 단기적으로는 초단타 기분 맞추기 등을 활용하여(이 스킬은 감정 수수료가 많이 나가니 적당히 할 것을 추천) 리는 오후 육아를 상승장으로 이끌어냈다…! 


4.

덕을 바탕으로 한 어린이집 4세 방 방장의 과감한 행동력(글타. 내가 우리 어린이집의 핵심 권력이다. 난… ㄱㅏ끔… 권력에 취한ㄷㅏ…), 아이의 감정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각종 테이퍼링 방안으로 모두의 육아 전선을 협력과 상생의 일타쌍피로 훌륭하게 지켜냈으니, 와, 내가 대단하다, 마 일케 자평하고 싶다. 


후우… 일케 자랑하는 거 좀 찌질 해 보이지만 내가 너무 대단하니까 오늘은 자랑을 안 할 수가 음따.


(우리 집에 놀러 와 5년째 집에 가지 않는 데다 급기야 아이도 둘이나 낳은 조금 이상한 사람이 ‘우리 방 사람들이랑 같이 놀자고 한 건 나잖아, 이 히키코모리 방장아’,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권력자인 방장은 일개 평방원의 말은 잘 들리지 않는 법이다)


5.

평범한 육아인이라면 검은 날로 도배된 안정적인 장에서 어린이집의 힘을 빌려 평화에 도취될 수 있겠으나 진정한 육아인은 빨간 날이 지뢰처럼 깔려있는 장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평시에 아이와 끝없이 대화하며 메모,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이런 혼돈과 파괴의 빨간 날에 가급적 돈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중요하다! 평시에 함부로 돈을 쓰면 소고기가 먹고 싶다고 할 때 빠른 대처를 할 수 엄따!) 정확한 니즈를 반영해 핵심 기분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아직 이틀의 빨간 날이 우리 앞에 있다. 허나 빨간 날이 깊을수록 검은 날은 가깝다. 


육아인은 그렇게 믿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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