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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Apr 23. 2023

강남역 모임

'우리 이제 나이 마흔 된 기념으로 술 한잔 해야 되지 않겠냐'라며 대학 시절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대학 시절 친구들은 졸업 후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결혼에 육아까지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5명의 친구들이 모두 가능한 화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메뉴는 어떤 걸로 할래?'라고 묻자 '무조건 고기 먹어야지'라고 대답했다.

'돼지? 소?'구체적으로 묻는 친구의 질문에 '네가 좋아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 또겹살(또 삼겹살)로 가자' 주최하는 친구가 잘 아는 곳이 있다는 듯이 주도를 했고 모두가 동의를 했다.


예약한 식당은 혼잡한 강남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식당은 2층짜리 건물로 되어있고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보니, 고급스러운 블랙 칼라의 벽지에 매우 많은 룸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넓은 룸을 안내받았다.

내가 일등으로 도착을 했지만 친구들도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약속시간은 한결같이 잘 지킨다.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하나도 안 변했네' 인사말 멘트조차 바뀌지 않는 친구들이다.

삼겹살 집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소고기 메뉴도 있는 것을 보고 한번 시켜보았다.

주문한 소고기 모둠에는 육회 등심과 토시살, 부채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직원분이 테이블 옆에서 계속 구워주셔서 매우 편했다.

언제나 옳은 소고기는 매우 부드럽고 육즙이 넘쳐 맛있었다.

당연한 듯이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친구들에게 한잔씩 돌린다.

친구들과 먹는 고기와 술은 올해 먹었던 술자리 중에서는 당연 최고였다.




'다들 별일 없냐?' 소맥을 한잔 들이키며 친구들끼리 근황을 물어본다.

마흔 살이 된 우리들에게 최고의 이야깃거리는 당연 육아다.

'애가 이제 몇 살이야?' '어 이제 돌이야' '나는 올 가을에 2세가 나올 예정이야'

신기하게도 사회생활을 비슷하게 시작하였으나 결혼과 출산의 시기가 제각각이다.

'야야 너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거야 조금 더 크면 더 힘들어져' 

아이 나이로는 9살 아들을 둔 내가 가장 위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말하는 힘든 상황들을 이미 다 겪어봐서 많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애기가 귀엽고 예뻐 죽겠어' '야야 그래 그 맛에 키우는 거야'

힘들다 좋았다 하며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육아의 결론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소중한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큰 행복이며 축복이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희들 연봉은 얼마냐?' 누가 봐도 연봉이 가장 높은 의사인 친구가 먼저 화제를 돌려본다.

'연봉? 쥐꼬리만 하지' 다들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연봉에 만족하는 친구는 없다.

'1억 넘어?' '보너스 다 합치면 그 정도?' '세금 떼면?' '세금 떼고 이것저것 하면 7~8천?'

직장인들은 공감하겠지만 세금 전의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

워낙 세금이나 일반 공제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 많기 때문에 연말에 실 수령액을 따져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럼 의사는 얼마나 벌어?' '글쎄 이것도 경우마다 다른데' '한 3억 벌어?' 대충 던져본다

'아 최소 그 정도?'

최소 3억이라니..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놀라운 숫자다.

나의 친구 중에 유일하게 의사인 이 녀석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야 진짜 부럽다' 많이 버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몇 배나 높은 연봉에 다들 부러움의 눈빛이다.

 '아냐 일도 힘들고 그만큼 쓰는 것도 많아서 실제로는 돈이 얼마 안 모여'

이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많이 버는 만큼 세금도 훨씬 많이 내고 각종 품위 유지비나 아이 교육비에도 큰돈을 쓰고 있었다. 그래도 부럽긴 하다.


'그래도 월급쟁이는 똑같아 돈 벌려면 결국 사업을 해야지' 가족 중에 사업을 하는 친구가 이야기를 한다.

'맞아 돈 벌려면 사업이지' 나도 크게 동의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모일 때마다 무한 반복하는 레퍼토리이다.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생각도 하고 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긴 이는 없다.

'내가 2년 안에 회사 때리치고 해 볼게' 다른 친구가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래 응원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무한 응원을 보내는 친구들이다.

'일단은 로또부터 되야겠지' '그래 나도 좀 되어보자' 

소름 돋게도 여태 했던 모임마다 '결국 로또뿐'으로 끝나는 것이 매번 똑같다.


'야 이제 전철 막차 시간이다 그만 일어나자'

'그래 나도 얼른 가서 애 봐야겠다' 

모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회사에 있던 시간과 비교가 되지 않게 빠르게 흘러간 느낌이다.

'잘 지내고 다음에 보자' '그래 또 보자 잘 들어가'

헤어지는 순간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반복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록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편하고 즐겁다.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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