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에서 맞벌이로

by 추월차선

아내가 취업을 했다. 결혼 직후 전 직장을 관두고 약 11년 만이다.

당시에 대학병원 간호사로 교대근무를 하다 그만두었는데 이번에 종합병원 검진센터 간호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았을 때 간호사라는 직업은 재취업에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경력단절이 길면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운이 좋게 재취업을 한 것은 그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처남의 도움이 컸다.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지금 병원에서 구인중이니 한번 지원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에 취업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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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검진센터로 근무하게 되면서 장단점이 몇 개 생겼다.

가장 큰 첫 번째 장점으로는 8시부터 13시까지만 근무가 가능하는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이 혼자 집에 있는 것이 걱정이라 풀타임은 불가능했는데 일찍 마치는 근무형태가 있어 다행이다.

두 번째로는 점심식사 해결이 가능하다.

병원에 직원식당이 있어 아내가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올 수 있다.

심지어 무료라 더 좋았다.

그동안 주부로 혼자 식사를 챙겨 먹기가 힘들었는데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단점이자 힘든 점도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쉽게도 병원과 우리 집의 거리가 많이 멀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빨간 광역버스를 타고 가서 파란색 간선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아침 6시 20분에 집을 나서야만 겨우 8시 도착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출퇴근이 쉽지 않다.

두 번째는 토요일도 근무를 해야 한다.

검진센터의 특성상 토요일에는 사람이 더욱 붐빈다고 한다.

지금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날도 토요일인데 아내는 새벽부터 출근길을 나섰다.

세 번째는 업무 도중에 연락이 어렵다.

병원 근무자들 대부분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많은 고객, 환자들을 상대하느라 바쁘고 자칫하면 생명과 연관이 있어 집중도의 피로가 상당하다.

비록 근무시간이 5시간이라 짧다고 생각될 수는 있지만 끝나고 집에 와서 쓰러져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장단점들이 생겼고 나는 단점들에 대한 걱정이 조금 더 컸다.

10년 전 결혼 이후 곧바로 아이가 생겼다.

근처에 아이를 봐주실 부모님도 계시지 않았기에 육아는 우리 둘이서만 해야 했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아이옆에 있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아내가 전업주부와 육아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내는 주부와 아이 엄마의 역할을 너무 잘해주었고 덕분에 나도 회사에서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인정도 받아 빠른 승진도 했고 크진 않지만 성과급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아내의 알뜰한 살림습관으로 저축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있으니 그동안 부족함이라는 것이 없었다.

이런 것들은 아내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해야겠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외벌이로 살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동안 생활비를 보내주었는데 알게 모르게 남편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한다.

나 역시 지출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여를 안 하고 모른척하자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생활비 받는 입장에는 그것도 마냥 편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적은 돈이라도 자기 힘으로 벌어 본인이 갖고 싶었던 것도 사고 가족들에게 선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응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의지로 하는 것은 힘든 단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0살 아들도 엄마를 응원한다고 하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들도 이제는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등교한다.


맞벌이로 바뀌면서 우리 집이 당장 잘 살고 부자가 되는 그런 기적은 없다.

다만, 조금 더 가족구성원을 배려해 주고 응원해 주면 어제보다 더 나은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

'열심히 일하는 당신 응원해, 나도 더욱더 열심히 살게 앞으로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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