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맛있어
“이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마음의 걱정처럼 다시 자라난다.”
10번쯤 돌려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의 혜원은 잡초의 생명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해 개장해 첫 농사꾼을 맞았던 광명 애기능 주말농장은 잡초조차 자라지 않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흙 빛깔(!)부터 다른 밤일마을 텃밭을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막상 밤일마을 밭을 일구려니 고작 5평 밭에 잡초가 왜 이렇게 많이 나는지, 정말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다. 그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방치된 일부 밭에서 자란 잡초가 밭고랑을 차지해버릴 정도다. 덕분에 사람이 갈 길을 잃고 빙빙 돌아다닌다.
장마에 고추는 일찌감치 병들었고, 끝물인 깻잎은 뒷면에 주황 점을 달고 병들어 간다. 고추에 이어 깻잎까지 모두 뽑아낸 밭에는 가지만이 남아 부지런히 열매를 내는 중이다.
지난주 잡초를 정리하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땅에 떨어진 녹두 콩깍지에서 새싹이 하나, 둘, 셋, 네 개나 자라난 것.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어쩐지, 힘을 잃어가는 녹두 옆에 싱싱한 녹두가 새로 자라고 있더라니. 저들이 알아서 발아하고, 싹을 내니 기특하기 그지없다.
가을 작물로 배추, 열무 같은 씨앗을 뿌린 자리엔 그 무엇보다도 방울토마토 새싹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 않아도 자라는 방울토마토의 생명력은 여러 번 경험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수확하고 잡초 뽑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5평 밭에 세 일꾼이 일하니 그리 긴 시간도 아니건만, 여름 텃밭은 너무나 덥다. 게다가 주말 일정에 텃밭을 넣는 게 은근 부담스러운 일인지라, 아마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잠정 농사 중단일 듯. 짧은 가을이 지나고 나면 겨울이 찾아올 터이니 올해 농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잡초가 전세내지 않은 밭고랑을 빠져나오며 다른 밭의 작물을 하나 둘 둘러본다. 어느 밭의 가지는 길고 가느다랗고, 다른 밭의 가지는 오동통하니 두툼한 자태를 뽐낸다. 비슷한 조건의 땅에서 키우는 데도 어떤 손길이 닿느냐에 따라 갖가지 크기와 모양으로 자라는 작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얼마 남지 않은 텃밭의 시간을 유용하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