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분양받은 5평 텃밭의 기한은 가을까지. 이제 약 두 달 남짓한 기간이 남았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가을 농사를 위한 모종을 따로 사지 않았다. 배추, 무 씨앗만 뿌려둔 상태다. 텃밭 현황을 살펴보자면 봄에 모종으로 심은 가지가 열심히 열매를 내고 있고, 고추와 깻잎, 상추 농사는 끝이 났고, 녹두와 방울토마토가 빛나는 생명력을 자랑하며 스스로 번식하고 있다.
주말농장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점점 텃밭에 갈 시간을 내는 게 부담스러워지면서 이제 그만 텃밭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밭에 가는 길, 후련한 마음이 앞서면서도 과연 끝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밭에 도착해 튼실하게 자란 가지와 싱싱한 녹두 잎을 보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추와 애플민트도 꽃을 피운 채였다. 살다 살다 부추와 애플민트 꽃을 본다. 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갯짓하는 모습을 눈에 담는다. 그래, 한두 번은 더 오기로 하자. 다만 크게 신경 쓰지는 말자고, 텃밭과의 헤어짐을 유예하기로 한다. 11월로 예정된 이별을 조금 앞당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니. 텃밭, 그게 뭐라고, 헤어질 결심까지 해야 하는지. 도대체 그게 뭐라고, 이렇게 진지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