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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Sep 21. 2023

나의 호떡일지

이거슨 호구일지인가 호떡일지인가

호떡 희망 편

화요일 밤, 도장 앞에 나타난 호떡 트럭이 나를 설레게 했다. 다만 다이어터로서 월요일에 이미 목표 칼로리를 초과했기 때문에 차마 먹을 순 없었다. 이틀 연속 과식하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대신 가족에게만 호떡을 사다주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했다. 호떡이 담긴 종이컵을 들고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집까지 10분 넘게 걸어가면서 내 인내심에 감탄했다. 하루 전날 샤인머스캣과 송편을 앞에 두고 차마 참지 않았던 이와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물론, 내일 먹겠다는 다짐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이때부터 하루 종일 호떡 생각만 했다. 운 좋게 수요일 점심 메뉴는 칼로리가 그리 높지 않은 파스타로 낙점됐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호떡 생각을 하면서 군것질도 가까스로 참아냈다. 항상 목표 칼로리를 꽉 채워왔던 나로서는 호떡을 먹어도 괜찮은, 정말 드문 날이었다.

     

호떡 절망 편

그러니까 도장에 처음 다니던 때부터 ‘언젠가 호떡을 먹으리라’ 다짐했던 나로서는, 정말 마음 편히 호떡을 사먹어도 되는 날이었다. 원래도 맛있기로 유명하다는데 이 동네에 30년 넘게 살면서 여태 몰랐다. 호떡을 맛본 가족 입에서도 “맛있게 잘 구웠다”는 칭찬이 나왔다. 유명 빵집의 도넛이나 베이글을 사다줘도 혹평만 내리던 입에서 웬일로 호평이 나왔다. 그러니 내 기대감은 더 커졌겠지. 가족에게 줄 호떡을 종이컵에 들고 가던 날, 그 트럭 어디에 다시 나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 내 기대감이 더욱 커졌겠지.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요일이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쌀쌀한 가을이 찾아온다는 소식과 함께. 우산을 든 채로 호떡 먹기가 편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트럭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저녁에 비가 그쳤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수련 중 때때로 창문 너머 호떡 트럭이 서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자리까지 내다보이는 창문이 없어 실패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복을 벗어던지고 도장을 나섰다. 탈의실에서 호떡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한 관원으로부터 “진짜 맛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니 내 기대감은 더더욱 커졌겠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네요, 내가 걸어가죠♪

설렘을 가득 안고 건물 밖으로 나왔고 바로 고개를 들어 호떡 트럭을 찾았다.

당연히 그날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 온 세상이 내 다이어트를 돕고 있다. 호떡을 위해 남겨둔 칼로리를 채울까 말까 고민하면서, 채운다면 어떤 걸 먹어야 만족스러울까 고민하다 결국엔 맥반석 계란만 우적우적 씹었다. 언젠간 먹을 날이 또 오겠지.      


막간 Quiz

과연 이 짤막한 글에 호떡이란 단어가 총 몇 번이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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