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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Mar 11. 2019

프롬 EP [Midnight Candy] 리뷰

혼란스러운 청춘의 휘발은 아름답다


프롬 EP [Midnight Candy]

2018


★★★★


 첫 앨범 [Arrival]을 발매한 때가 2013년이다. 6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단순한 '홍대여신'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어 확고한 개성과 음악관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만의 독특한 음색, 그리고 치밀한 곡 구성으로 항상 좋은 곡을 들려주는 그녀의 음악 세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그녀가 '달'이라는 소재에 큰 애착이 있다는 것이다. [Arrival]에서 눈에 띄는 트랙은 아니지만 '달, 말하다'라는 곡이 있고, 다음 정규앨범인 [MOONBOW]는 대놓고 앨범 이름에서 달이라는 소재가 드러남과 동시에, 타이틀곡 '달밤댄싱'으로 호평받았다. [ERICA]에서는 '달의 뒤편으로 와요'라는 수작을 보여주었고, '낮달'이라는 싱글도 발매했다.


 [Midnight Candy]는 그동안 그녀가 그렇게 사랑한 소재인 '달'에 대한 이야기보단, 달이 떠오르는 시간대인 '밤'이 가진 심상에 집중한 앨범이다. 기촌 색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소재의 변주지만, 완전한 반복이 아니므로 그녀의 EP들 중에서 가장 신선한 느낌이 강하고, 그래서인지 가장 콘셉트에 충실하고 개성이 뚜렷한 EP기도 하다. 그동안 프롬은 발매하는 앨범마다 하나의 주제의식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문제는 그 노력이 청자들에게 사운드로 와 닿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RICA]도, [REVE]도 프롬의 일상 속 여러 따뜻한 단상들이 보이긴 하지만, 뭔가 하나의 관통된 주제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청춘이 휘발되는 속도에 당황하던 밤들. 나의 청춘은 아무것도 모르고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은 까맣게 몰랐던 어느 멍청한 밤에 날카롭게 깨문 캔디의 맛과도 같습니다.'


 프롬이 [Midnight Candy]을 발매하면서 남긴 코멘트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청춘은 한 치 앞도 모르지만(Midnight) 달콤하고 생기 넘치는(Candy) 시기이다. 이러한 그녀의 생각이 총 다섯 트랙의 사운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Midnight Driver'의 촉촉함이 마지막 트랙 '서울밤'까지 쭉 이어지는데, 딱 새벽 감성에 젖으며 듣기에 좋은 감정선이다. 몽글몽글한 사운드 톤과 깊이감 있는 보컬로, 톤 자체는 거칠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을 선사하는 드림 팝의 형태를 기본 골조로 내세워 밤이라는 시간대가 가진 몽환적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다.


 멋진 사운드 위에 올라간 가사는 프롬답게 부정적 이미지보단, 일상 속 소박한 위로의 느낌이 짙다. 그 속에 '밤', '꿈', '새벽'과도 같은 단어들이 꾸준히 배치되어 그 어떤 트랙도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고 쫀쫀하다. 프롬이 기존에도 많이 사용해온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질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Midnight Candy]가 가진 콘셉트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그 콘셉트에 모든 트랙이 잘 녹아들어 가기 때문에 오히려 프롬이 기존의 소재를 우려먹고 있다기보다는, 그녀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소재들을 다루는 능력이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노련함이 생긴 것일까.


 다만, 좋은 보컬리스트인 위아더나잇의 함병선과, 카더가든의 피쳐링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들이 빠진다 해도 곡의 완성도에는 손상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함병선과 카더가든이 가진 매력이 드러나지 않아, 이들의 보컬은 그저 코러스 그 이상으로 쓰이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기만 한다. 실제로 '영원처럼 안아줘'와 '어린밤에 우리'는 피쳐링을 염두에 둔 곡이 아니었다고 하니, 조금 더 좋은 요소를 추가하고 싶다는 욕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메인으로 내세운 '어린밤에 우리'와 '영원처럼 안아줘'보다는 'Midnight Driver'나 '서울밤'처럼 밤이라는 소재가 제목에서부터 직접 드러나는 곡이 훨씬 더 집중적으로 와 닿는다. 프롬의 몽환적인 보이스에 딱 알맞은 드림 팝 사운드가 귀를 홀린다. 밤의 도시를 미소 지으며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드는 'Midnight Driver'가 앨범의 힘찬 출발을 알린다면, '서울밤'은 프롬이 이 앨범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인 '방황하지만, 생기 넘치는 서울 밤의 청춘'을 직접 드러내며 여운을 주면서도 기분 좋게 앨범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특징 없게 흘러가는 피쳐링을 제외하면, [Midnight Candy]는 점점 좋아져 가는 프롬의 송라이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마침내 그녀가 좋은 곡을 쓰는 것에서 한 단계 올라,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여 파격적인 변신을 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를 다양한 모습으로 버무리고 이에 맞는 사운드를 찾아 하나의 콘셉트를 만드는 데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마침내 프롬이 딱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은 느낌. 노력형 아티스트의 비약적인 발전이 드러나는 기분 좋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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