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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Mar 13. 2019

Weezer 12집 리뷰

한번쯤은 듣기 좋지만


Weezer 12집 [Weezer (Teal Album)]

2019


★★☆



 초기 Weezer가 음악계에 들고나온 세련되고 예쁜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그들은 꾸준하게 얼터너티브의 선봉장으로 남아 지속해서 활동해 왔다. 물론 많은 정규앨범의 퀄리티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망작은 아니지만, 평범하고 무난하게 들을만한 음악 그 이상 이하도 아닌 퀄리티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2014년에 발매한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가 ‘평작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폼이 돌아온 것인가 싶었지만, 2017년에 발매한 ‘평작 이하’의 앨범 [Pacific Daydream]은 결국 그들에게 더 큰 기대를 걸기 어렵게 했다.


 하지만 역시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Weezer의 명반 [Pinkerton]을 좋아하는 14살의 어린 소녀 팬이 트위터에서 Toto의 ‘Africa’를 그들이 커버해달라는 부탁을 거의 밈 수준으로 밀어붙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Africa’는 <기묘한 이야기>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면서 재주목을 받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 어이없는 소녀의 캠페인에 반응하는 여론은 더욱 불어났다. Toto의 멤버 David Paich까지 여기에 반응할 정도였다.


 결국, Weezer는 6개월간의 부름에 응답했다. 훌륭한 곡에 걸맞은 훌륭한 퀄리티의 커버였다. Weezer의 ‘Africa’는 기어이 아이튠즈 1위까지 찍었고, 지미 키멜 쇼에서 라이브도 선보이고, 패러디의 거장인 Yankovic의 뮤직비디오까지 공개되었다. 한 소녀의 어그로가 죽어가던 밴드 하나를 살려냈다. 'Africa’의 성공과 자신들의 재기에 감화된 Weezer는 이 기세를 몰아, 기존에 발매하려던 신작 [Weezer (Black Album)]를 공개하기 전, 전곡이 커버곡으로 이루어진 정규앨범 [Weezer (Teal Album)]을 기습 발매했다.


 [Weezer (Teal Album)]은 Weezer 본인들과 그들의 팬들에게 있어 단순한 커버곡 모음집이 아니다. ‘Africa’를 포함하여 그들이 앨범에 채워 넣은 10곡은 시대를 풍미한 명곡들이기도 하지만, Weezer의 음악이 어디서 왔는가를 드러낸다. 그들이 첫 발자국을 남기기 위한 신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음악의 집합인 셈이다.


 커버곡 모음집이지만, 우리가 보통 '커버'하면 떠올리는 원곡의 재구성이나 파격적인 편곡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원곡이 가진 매력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오리지널리티의 보존이 이 앨범의 핵심이다. 자신들에게 영감을 준 기성 뮤지션, 사운드에 대한 일종의 존중이자 헌사라고 할 수 있겠다. 사운드 재현도 자체는 매우 뛰어나고, 어색함 없이 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선정한 곡들 또한 다양해서 지루함이 없다. Tears For Fears부터, Black Sabbath, Electric Light Orchestra, Ben.E.King, 심지어는 TLC와 Michael Jackson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결국 원곡에 충실하다는 건, 딱히 새롭게 들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인데, 원곡과 비교해보았을 때 Weezer의 버전이 더 좋다고 생각이 들지도 못한다는 것은 이 앨범이 '정규앨범'으로서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내며 '얼터너티브'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로 세상에 등장한 Weezer가 아무런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옛날 히트곡들이 가진 힘에 의지했다는 비판이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지 못하고 무색무취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던 그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인기를 회복한다는 것이 씁쓸한 부분이다.


 물론 Weezer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Weezer (Teal Album)]은 꽤 좋은 팬서비스이자 선물이 될 수 있다. 뭐가 되었든, 좋아하는 밴드가 다른 노래를 커버하는 것은 항상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Weezer의 팬들에게도 이 앨범은 오래오래 들을만한 작품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어느 하나 원곡을 뛰어넘는 트랙이 없으니, 몇 번 듣다 보면 금방 질려서 원곡을 들으러 떠나게 된다. 물론 Weezer가 재밌는 일을 겪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좋은 부분이지만, 결국 Weezer가 현재 처한 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무언가가 남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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