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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Apr 01. 2019

백예린 EP [Our Love Is Great] 리뷰

기다린 만큼 제대로 된 보상


백예린 EP [Our Love Is Great]

2019


★★★★☆


 15&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목이 더 많이 간 쪽은 당연히 박지민이었다. 당시 온갖 화제를 몰고 다녔던 <K팝스타>의 우승자였고,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녀가 듀오로 데뷔한다 했을 때 많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멤버인 백예린이 엄청난 실력파 보컬리스트라는 것이 무대에서의 모습만으로 증명되었다.


 덕분에 15&는 대중음악계에 가장 훌륭한 듀오로 자리 잡았다. JYP의 전매특허인 언론플레이에서 자주 보였던 '두 천재의 만남'이라는 수식어가 사실은 과장이 아니었음을 두 사람의 실력만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해체가 아닌 그냥 휴식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15&로서가 아닌, 박지민, 그리고 백예린으로서 따로 솔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가끔 싱글도 내고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도 피쳐링으로 참여하던 백예린이 본격적으로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올린 것은, 그녀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오는 퀄리티 높은 작업물들, 그리고 치즈의 전 멤버이자 바이바이배드맨의 멤버인 구름과 함께하는 인디밴드 The Volunteer 활동의 힘이 컸다. 그녀의 목소리만이 가진 개성을 확고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다양한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La La La Love Song'은 무수히 쏟아져 나온 국내 시티팝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작업물이었다. 또한, 모던한 감성 풍부한 'Square'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마땅한 정식 작업물이 빈약한 상황임에도,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난 특이한 경우이다. JYP가 백예린을 방치 중이라고 욕먹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곡들에 대한 수요자들은 너무나도 많은데, 정작 정식 스트리밍 사이트나 실물 앨범으로는 찾아 들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마침내 JYP가 공식적으로 발매한 두 번째 EP [Our Love Is Great]는 그녀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오는 노래들을 좋아하던 사람들의 만족감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La La La Love Song'과 'Square'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이 곡들이 가진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또 다른 수작들로 가득하다. 일단 [FRANK]부터 함께 쭉 작업해 온 앨범 내 구름의 지분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부터, 기존에 보여주었던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일하게 구름 대신 윤석철이 편곡한 잔잔한 피아노곡 'Dear My Blue'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백예린에게 잘 어울리는 몽환적이고 몽글한 사운드로 가득하다.


 <메리와 마녀의 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야간비행'의 몽환적인 사운드로 따뜻하게 시작하는 앨범은, 무난하게 대중적인 구성을 따라가지만 따뜻한 감성의 가사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로 이어진다. 귀를 사로잡는 킬링트랙을 앞 두 트랙으로 배치하고, 이후 'Dear My Blue'로 잔잔한 매력을 드러낸다. 재지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Our Love Is Great'를 지나, 소박한 세션 구성과 피쳐링으로 기용하면 절대 망할 일은 없는 카더가든과의 호흡이 인상적인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으로 다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장 빠른 템포의 '지켜줄게'는 'La La La Love Song'에서 보여준 노스탤지어적 느낌을 남기며 아련하게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물론, 잔잔하고 재지한 기타 사운드만을 사용하여 앞버전과는 다른 인상을 주는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 (2019 ver.)'는 덤이다. 시종일관 따뜻하고 포근함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백예린은 인터넷상, 그리고 공연장에서 본인의 멋진 작업물들을 많이 공개했다. 백예린이라는 보컬리스트 자체도 이러한 작업물들을 공개하는 동안 실력이 쭉쭉 늘었다. 하지만 음원 시장에서는 그녀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나마 존재하는 공식 작업물들은 최근의 작업물들에 비하면 너무 아쉬운 수준이었기에 팬들은 항상 목이 말라 있었다. [Our Love Is Great]는 팬들에게 있어 해갈제가 되었다. 기존 음원 시장이 그녀에게 그렇게 큰 주목도가 없었음에도, 이 앨범이 음원차트를 정복했다는 것이 이 점을 제대로 드러낸다. [FRANK] 시절보다 화제성과 음악성이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Our Love Is Great]는 백예린의 전체 커리어를 통틀어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뷔 전부터 천재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달렸던 그녀가 더 발전하고 노력하면 얼마나 더 훌륭한 뮤지션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런 훌륭한 보컬에게 걸맞은 프로듀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주며, 회사가 뮤지션의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아예 방치 수준이 되면 팬덤이 얼마나 한을 품게 되는가도 보여준다. 여러모로 재밌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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