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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Jul 12. 2020

혁오 2집 [사랑으로]

청춘에서 사회로, 사랑으로


혁오 2집 [사랑으로]

2020


01. Help

02. Hey Sun

03. Silverhair Express

04. Flat Dog

05. World of the Forgotten

06. New Born


★★★★


Suddenly, They’re all disappeared. Take a look and no one is there. 
Finally I am free. Sun is out but my mind is blind.

혁오 - Help

[20], [22], [23] 차근차근 나이를 세며 방황하는 청춘을 노래하던 그들은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더니, 이내 나이를 세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이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청춘에서 사회로 시선을 넓혔다. 분열과 대립, 투쟁과 분노, 혼란과 갈등 속에서 모두가 지쳤음에도 어찌 되었든 다같이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지금 이 사회 속에서 혁오가 제시하는 삶의 답안은 ‘사랑’이다.

단 여섯 트랙에 전곡 타이틀이라는 미친 자신감으로 무장한 혁오의 정규 2집 [사랑으로]는 말 그대로 사랑에 대한 앨범이다. 다만, 그에 대한 작법은 직접적이지 않다. 영어 가사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본질적인 메시지가 가사를 통해 확 와닿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우나 활동무대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전체적으로 편안한 질감의 사운드와 유기적인 트랙 구성으로 집중력을 높였다. ‘위잉위잉’이나 ‘TOMBOY’와 같은 대중적인 스타일에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특정 장르의 틀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통일성이 있다는 강점 덕분에 혁오만의 신선한 매력이 유지되었다.

Kings of Convenience가 연상되는 보사노바 풍의 ‘Help’로 포문을 연다. 여기서 시작된 편안하고 안락한 사운드가 끝까지 유지된다. 다음 트랙 ‘Hey Sun’은 묵직한 드럼 비트와 강렬하게 치고 빠지는 기타 사운드, 그리고 오혁의 가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밴드 사운드의 매력을 한껏 뿜어낸다. 편안한 느낌에 플룻과 퍼커션으로 포인트를 준 ‘Silverhair Express’를 지나면, 단순한 구성이지만 앨범 내에서 가장 록킹한 ‘Flat Dog’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짧은 러닝타임의 몽롱한 ‘World of the Forgotten’이 강렬하게 분위기를 다시 바꾸고, 그 기세를 이어 포스트락의 기조를 지닌 대곡 ‘New Born’이 아름답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단순하고 조용한 드럼 비트와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가 전체적인 중심을 잡고 그 위에서 다른 사운드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휘젓는다. 곡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슈게이징의 느낌으로 노이즈가 가득해지고 불안정한 기운마저 감돌지만, 끝에 가선 곡 제목처럼 정말 새로 태어난 듯, 고요한 평화가 돌아온다.

확실히 1집 [23]이나 전작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과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톤으로 접근했다. [사랑으로]가 기존의 앨범들과 비슷한 구성이었다면 분명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졌을 것이다. 사운드나 앨범 구성 면에서 밴드 스스로 도전과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인지도를 생각해보았을 때, [사랑으로]는 꽤 과감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에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을 멋지게 음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아티스트적 능력이 충분했다.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앨범이었음에도 대중은 여전히 혁오를 좋아했고, [사랑으로]를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혁오는 힙스터들의 밴드, 나만 알고 싶은 밴드의 틀에서 벗어나 대중이 사랑하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험난한 길을 멋지게 헤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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