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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번리 Dec 21. 2018

모든 순간의 감정을 읽는 밤

<모든 순간이 너였다>_를 읽고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에세이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고백도 되지만, 동시에 독자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순간 순간들이 '그들 자신'으로 채워져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순간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곤 한다. 이 책은 메말라가는 우리의 마음 속에 괜찮다고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가슴 속에 묻어두고만 있었던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가슴 뭉클함과 안도들,  그리고 우리가 스쳐지나갔던 혹은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을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들같은 우리가 순간순간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그렸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우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혹은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글 하나하나에 작가가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글이다. 글에 애정과 가득어린 진심에 삶에 지쳐 꽁꽁 얼은 마음도 풀어지게 되는 글. 


    이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도 좋지만, 그날 그날 감정에 따라서 자기가 책에서 읽고 싶은 부분만 뽑아 읽어도 위로가 되거나 가슴이 포근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마치 베스킨라빈스에서 파인트에 세네가지 맛을 꾹꾹 눌러담듯이 다양한 감정들을 담았으니까. 그래서 독자들은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책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도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감정들을 담고 있는 글귀에 눈길이 멈출 것이다. 나는 최근 연애를 하고 있던 중이라서 그런지, 달콤한 사랑에 대한 글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너는 내게 이런 사람이야.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큰 의미가 담겨 있는, 서로에게 해주고픈 말이 뭐가 그리도 많은 건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음식 취향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과 사랑하는 계절이 모두 같은, 연애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아니면 사랑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간절함으로 만나는 사람. 그러니까, 

나의 모든 삶을 아낌없이 건네주고 싶은 사람이란 말이야.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도 너를 사랑하고 있는 현재도,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미래까지도 모두 다 기꺼이 주고 싶은, 그런 사람. "

 <너라는 사람은 나에게> p. 84 


    책을 읽으면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글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책에서 다루는 가장 큰 감정은 사랑이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감정을 다 못 꺼내 아쉬운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에 있는 글을 읽으면 내가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반대로, 이별에 대한 글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아직 이별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글들은 내게 퍽 와닿지 않았다. 내가 이별을 다룬 글에 큰 공감을 하지 못한 것처럼 연애를 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그리 큰 공감을 얻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우리가 마주치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최대한 많이 포착하려고 노력했지만, 꼭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담는 게 책의 구성에 있어서는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책에서 사랑에 대한 글과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글이 섞여 있는데 혼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과 위로의 파트를 분리했으면 독자들로 하여금 더 깔끔했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이 살아가는 순간순간들에 대한 감정을 그린 것이긴 하지만, 사랑을 단지 순간의 감정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겼다. 독자들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감정과 동시에 의지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에서 표현하고 말하는 사랑은 좋은 감정에 국한되어 있는 거 같아 사랑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가가 직접적인 표현 -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다던지, 지친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한다던지-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책에서 겹치는 표현이나 문구가 보이는 것 같아 책에 후반부로 갈 수록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인에게 그런 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유나 은유같은 문학적 장치가 덜해진 것 같아 나는 책을 덮은 다음에 생각나는 깊이있는 문구가 없었다.  그러나, 책에서 평범한 일상이나 계절의 모습을 묘사한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순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표현이었다. 독자들은 책에 나와있는 묘사와 글을 통해 한순간 그때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을 상기 시킬 수 있을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다음 날을 살아갈 힘을 내고 싶은 사람들, 

연애를 할 때에 그 가슴떨리는 감정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 

연애를 할 때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것을 고치고 싶은 사람들, 

이별을 하고 나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싶거나, 혹은 그 순간들을 털어내고 싶은 사람들, 

메마른 삶 속에 낭만과 감성을 찾고 싶은 사람들 



#책은 한꺼번에 읽는 것보다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글을 뽑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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