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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번리 Dec 24. 2018

단순한 사랑 영화가 아닌
<안녕, 헤이즐>

크리스마스에 볼 영화 추천

    


    시한부 인생인 헤이즐과 오거스터스는 자신들의 죽음과 죽음 이후에 남겨진 주변인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없는 삶에 대해 영화 내내 유쾌하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에 앉아서 무슨 영화를 보면 좋을 지 고민하던 와중에 <안녕, 헤이즐>을 결제 했다. 사실 원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감명 깊게 읽은 탓에 영화가 원작의 감동을 따라가지 못해 실망할 까봐 오랫동안 보는 것을 미뤘었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원작을 잘 살렸다. 좋은 사운드 트랙, 톡톡 튀는 캐릭터 해석, 그리고 환상적인 암스테르담의 배경까지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비록 책에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메세지들을 주인공인 헤이즐과 오거스터스의 대화로 표현했기 때문에 완전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중에서 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메세지들은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암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두 남녀 주인공 헤이즐과 오거스터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에 대해서 시니컬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헤이즐과 반대로 언제나 유머러스한 오거스터스는 둘의 사랑을 통해서 성장하고 삶에 대한 성찰을 키워나간다. 영화 초반에도, 그리고 후반부에도 삶과 사후 세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다르지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인다.

넌 나한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줬고, 난 거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헤이즐 그레이스-


    특히, 그 둘은 자신들이 죽은 뒤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오거스터스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어한다. 그러나 헤이즐은 부모님을 비롯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헤이즐은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영화 내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두 사람의 갈등구조로 이어지는데 마지막에서야 둘은 자신들이 죽은 다음에 어땠으면 좋겠는지 결론을 내린다. 이 것은 큰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치있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헤이즐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작가인 피터반 호른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는 굉장히 중요하다. 책의 주인공인 애나는 암환자로 책의 마지막에서 그녀의 삶이 갑작스럽게 끝나게 되는데, 헤이즐은 그 뒤에 그녀의 가족들의 이후 삶이 어땠는지 궁금증을 푸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 헤이즐은 애나와 자신이 상당히 비슷하고 생각하는데 애나의 가족이 이후 어떻게 됬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들이 이후 어떻게 될 지 알고 싶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피터 반 호른을 만나면서 변화하고 그녀도 더 성장하게 된다. (어떻게 바뀌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꼭 보시기를) 


    예전에는 슬퍼서 우는 영화나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선호했는데 조금 어른이 된 지금은 인생이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그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유쾌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간다.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아직 어린 청년들이지만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이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항상 언제든지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그런 사실 앞에서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지만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무겁지 않다. 오히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동정하거나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지도 않을 수 있었다. 왜내하면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주인공인 헤이즐의 성격이 진지하고 시니컬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고, 반면에 오거스터스는 시종일관 유쾌하지만 누구보다 헤이즐을 사랑한다는 것을 과감없이 표현하는 성격이라서 영화 내내 둘의 균형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에서 둘의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헤이즐과 오거스터스의 가족들, 친구인 아이삭도 영화내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게다가 원작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캐릭터들이 하는 대사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고 주옥같다. 



    이건 사담이긴 하지만,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에드 시런과 버디, 코데라인, 톰 오델같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참여 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도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 매력적인 캐릭터들, 좋은 사운드 트랙까지 <안녕, 헤이즐>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영화 중 하나일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봐도 손색없는 영화다. 


평점: 별 다섯개 중에 네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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