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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14. 2020

30살, 인도행을 결정하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유.

나는 절대 못살아. 너는 잘 살수도 있겠지


"... 나라면 인도는 절대 안가. 3일 출장도 힘들었는데, 일년 반을 인도서 살라고? 그것도 독신 여성 혼자? 차라리 일 때려치우고 다른나라 장기여행은 어때?" - 40여개국을 일주한 여행광


"나 웬만한 건 다 좋게 생각하는거 알잖아. 여행가서 아무리 힘들었어도 갔다오면 좋았던 기억만 남던데, 인도에선 사무실이랑 호텔에만 있었어. 원래 출장 후에 인도 여행하려고 했는데, 하루도 안돼서 집에왔지..." - 자타공인 긍정왕


"거기 진짜 엉망진창인데. 길에 소랑 개랑 차랑 사람들이랑 뒤엉켜서는...  한번은 길가다 뭔가 알록달록 예쁜게 있는거야... 가까이가서보니 꼬까옷입은 애기들이 쓰레기더미에서 놀고있는거더라." - 두바이 3년, 말레이시아 2년, 태국 1년  거주자


"그냥 내려놓고 여기 사람들이랑 어울려 지내면, 괜찮아요. 전 인도를 벗어나면 너무 그리워서 못살겠더라구요. 물론 사람성향마다 느끼는게 다르긴 하겠지만..." - 삭발과 히피의상이 잘어울리는 여행작가


지인들이 알려준 인도와 100% 똑같았던 델리의 첫인상. (19년 4월, 델리 찬드니촉)


 한국에서 마지막 서른살을 보내던 12월. 인도파견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공개하자, 예상대로 덕담(?)들이 쏟아졌다. 그 반응은 요약하자면 "나는 절대 못살아. 어쩌면, 너는 잘 살수도 있겠지".


처음 회사에서 인도파견을 제안받고 결정하기까지 내적의 작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것은 아니였다. 사실 결정에는 단 3시간도 안걸렸다. 내심 언젠가는 꼭 타지에서 다른언어, 문화,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어느덧경력 7년차, 업무와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익숙해지자 어느덧 따분함을 느끼고있었던 타이밍였다. 사 뭔가 배우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조바심이 느껴지는 주입식 교육의 전형이였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배움과 경험의 희열을 느끼고 싶었기도 다.


하지만 역시나 주변환경에 따라 부화뇌동해온 전형적 한국인인지라, 열이면 아홉 반대하는 인도행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파견이 결정되고 출국까지 3개월, 매일 몇시간은 인도행을 포기할지 고민했으니까.

부끄럽지만 지난 30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던가. 한국사회의 미덕인 "딱히 튀지말되, 남 부끄럽진 않게"살아온 인생이 아니였던가. 남들같은 인생트랙에서 조금도 틀어지지않고 적당한 범생이로 살아온 내가, 과연 비범한(?) 사람들에게도 쉽지않았다는 인도라는 나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와, 빠른 페이스의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거 아닐까. 내가 힘들게 배우고 축적해온 것들을 오히려 잃어버리게되는건 아닐까.

때론 나를 잘아는 지인의 걱정보다, 나를 모르는 타인의 응원이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19년 12월, 함피 마탕가힐)

이런 쓸데없는 번뇌와 고민속에서, 엄마의 친구의 조카라는 가깝고도 먼 타인에게 진심어린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들었을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사고의 틀에서 벗어내면 돼요. 법, 종교, 규칙.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걸 응당 기대하면 안돼요." "그렇게 내려놓고 살다보면 그때 깨닫게 될거에요. 어떻게해야 이 나라, 문화, 사람들속에서 살아남을수 있을지."


2019년 3월 16일. 그렇게 인도 방갈로르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나의 31번째 생일이였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인도에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결심을 한 후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알것도 같다. 30년간 한국에서의 "바쁘지만 익숙한 생활"이 주었던 편안함. 항상 바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인도에서 1년동안 살아보니 그 "바쁨"이 얼마나 무기력한 조급함이였는지.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인도생활은 인도를 알아가고 인도와 친해지기 위한 시간뿐만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나와 친해지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걸.

그렇기에, 언젠가 내가 여력이 된다면 꼭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처럼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기회와 용기를 주고싶었다. 때로는 나와 가깝지만 내가 원하는것을 모르는 지인보다, 나를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것에대해 잘 알고있을 타인이 결정적인 도움을 줄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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