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남인도의 생활양식은 대중적으로 알려진바가 없기에, 남인도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물론 책, 기사 등을 통해서 대략 찾아볼 수는 있지만,인도식으로 말하면마살라가 더해진내용일 가능성도 높으니저술의 진위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것이다.
남인도행을 고민하고 있는, 혹은 운명적으로(본의아니게) 남인도행을 택하게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남인도의 장점 5가지를 소개한다.
1. 커피한잔의 여유
한국에선 한때 "한 손에는 명품백을, 한 손에는 커피를" 든 여성들이 사치의 대명사로 불리던 흑역사 시절이 있었다. 그 영향인지 나에게도모닝커피는 여유와 풍요로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했다.때문에 남인도에 처음 정착하던 시절,남인도 대부분의 외국인 가정이 커피를 직접 내려마신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남인도엔 카르나타카, 케랄라, 타밀나두 주를 중심으로수많은 커피농장이 있으며, 카페나 마켓을 통해 이곳의 커피를 직접 공급받을수 있기 때문에 양질의 신선한 커피원두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가능하다. 특히 몬순바람을 쐬어 숙성된 스페셜티 커피 Monsooned malabar는 특유의 고소하고 향긋한 풍미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가격은 대략 250g에 250-500루피(4천원-8천원) 선. 남인도에 도착한 당신,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드리퍼나 모카포트로 직접 내린 커피한잔과 함께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좌 : 남인도 타밀나두주의 흔한 차밭 풍경(우띠), 우 : 저렴한 가격에 마켓에서 구입 가능한 신선하고 다양한 품종의 남인도 커피
2. 저렴한 스테이크
인도에 대한 흔한 편견중 하나는 인도에선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소고기를 절대 먹을수 없다는 것.(더불어 카레& 난&탄두리 치킨이 주식이라 생각하는분도 많을것이다.) 인도 80%이상이 힌두교이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높고 소를 숭배하는 것은 사실이며, 특히 현 인도 나렌드라모디 정부 또산 "힌두로 대동단결"을 모토로하는 국수주의 정책으로 소의 도축 및 수출,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인도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사실인도는 소를 신성시하는 만큼 많은 소들을 곁에 두고 생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소 개체수가 많아져 '14년 기준세계 최대의 소 수출국이기도 했다.그럼에도 힌디벨트이자 친정부 지역인 북인도에서는 비프를 찾아보기 힘들기에, 비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남인도가 제격이다. 실제남인도에서는 햔국에서는 상상할수없는 가격대인 6-800루피(만원-만오천원)에 양질의 비프 스테이크를즐길수 있다.
고아, 타밀나두, 케랄라, 카르나타카 주의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쉽게 스테이크하우스들을 찾을수 있다 (사진 : 방갈로르 Millers46 steakhouse)
3. 맥주의 천국
맥주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인도의 마을에서 밀주로 인해 집단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되며, 인도를 주류금지국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실제로 일부 주와 도시에서는 알콜주류를 금지하고 있으며, 밀주를 만들어 나누어마시는 풍습이 있기도 하다. 또, 주류구입 또한 오직 liquor shop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남인도, 특히 방갈로르는 펍시티라고 불릴정도로 많은 brewery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과 맛, 주류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특히 늦여름 시즌메뉴인 코코넛 스타우트는 여느 동유럽 맥주보다 만족할만한 맛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더욱이, 인기 brewery는 대기번호 100번대를 받아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붐빈다. 방갈로르나 하이데라바드같은 남인도 IT hub 신성장 도시의 경우, 학업이나 일자리를 위해 진입한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networking을 위해 주말마다 펍이나 클럽에서 맥주 한잔하는 문화가 있으며, 특히 일요일에는Sunday brunch의 개념으로 이른시간대부터 술과 음식을 즐기며 친목을 도모하는 문화가 발달되어있다. (다만 가격대는 인당 적게는 1천루피, 대체로 2천루피이상으로 한국과 유사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좌 : 방갈로르 Toit brewery 우 : 하이데라바드 Prost brew pub
4. 쾌청한 날씨
생전 처음겪어본 인도 거리의 대혼란속에서 정신못차리고 있을때, 한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눈을 감아봐... 숨을 깊게 들이쉬어봐... 여기가 캘리포니아같지 않아...?"
그렇다. 인도는 인도이다. 때문에 비즈니스나 주거지구 어딜가든 차,오토바이,릭샤,소,개,새의 무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교외로 벗어난다면, 최소한 차, 오토바이, 릭샤에서 벗어나 대자연을 즐길 수 있다. 푸르른 나무들과 파아란 하늘, 간간히 들려오는 영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킨다면 약 30초정도는 캘리포니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수도 있다. 금상첨화로 그 곳에서 맥주나 커피를 곁들인다면, 마치 리틀포레스트와 같은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고있는 방갈로르의 경우도 Garden city라고 불리는데, 전세계 트래픽지수 1위도시로 뽑힐정도의 최악의 매연에도 불구, 조금만 교외로 들어가도 정원의 푸르름을 느낄수 있다.
좌 : 방갈로르 릴라팰리스 호텔 정원 ('19년 6월), 우 : 방갈로르 시내중심가 UB City ('19년 12월)
5. 아직은 순수한(?) 현지인
앞서 언급한대로 북인도에 델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지구(소위 NCR, National Capital Region이라 불린다)가 형성되어 있기에, 남인도지역은 첸나이, 방갈로르, 하이데라바드 등 대도시라고 해도 비즈니스지구 밀집도가 낮다. 특히 해외에서 인도에 진출해온 기업이나 프리랜서 등 외국인 상대의 비즈니스는 그 규모가 NCR대비 훨씬 적은 편이다. 그렇기에 평소에 상대하는 인도인 중 악명높은 인도특유의 사기꾼이나 허풍쟁이의 비중도 낮은 편이며, 이로인한 긴장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북인도 대비 응당 삶의 질은 높아지게 된다.
또한 같은 인도라 해도 북부와 남부 인도는 인종/문화/정치적 특성도 상이한데, 북인도의 아리안족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 성향이 보수적이고 외부에 배타적인데 비해, 남인도 드라비다족은 그러한 성향이 덜한 편이다.
낯선곳을 향한 발걸음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 그 곳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수확도 없는 법. 그러한 면에서 남인도는 위험을 감수할만한 매혹을 지닌 곳이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