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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초중고 과정이 끝났다.
새벽 5;10분. 첫 번째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하던 로봇 생활이 끝났다.
큰 아이 12년, 세 살 터울 둘째까지 3년 더 지속했던 새벽 도시락도 끝났다.
도시락과 아침 준비가 끝날 즈음 울리던 두 번째 알람 예약도 더는 설정하지 않는다.
한 번에 일어나는 큰아이를 깨우고 살살 달래줘야 하는 둘째의 기상 도우미 일도 끝났다.
엘베 탈 때까지 현관문 열고 서서 잘 다녀오라던 아침 인사도 끝났다.
학교 다녀온 차가운 도시락 통 뚜껑을 열고 시큼한 음식 찌꺼기 냄새에 인상 쓰던 일도 끝났다.
대입 준비를 위한 각종 서류와의 전쟁도 끝났다.
공증 받기 위해 들락거리던 대사관 행도 끝났다.
큰 애의 십 대가 끝났고 둘째의 십 대는 약 두 달 후 끝날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나의 삼십 대와 사십 대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밖에도 끝난 것들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갱년기 성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는터라 끝나 버린 더 많은 것들을 떠올리는 일도 이쯤해야 할 것 같다.
꼼꼼하게 떠올리진 못하지만 뭉퉁그려진 아이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나는 다 좋게 끝났다고 여기고 있다.
기억은 좋은 기억을 과대포장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안 좋게 끝난 것들도 분명 많았는데 하나로 뭉쳐진 전체의 기억은 대체로 좋았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뇌의 수작에 놀아나는 것도 같지만 나를 위해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끝내기로 한다.
무언가에 끝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버티게 했다.
무언가를 끝냈다는 현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잘 버텼다.
한 챕터를 끝낸 내게 나는 말해준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남겨봅니다.
근 5, 6년, 코로나를 전후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거쳐간 시간이었어요.
그 와중에 브런치는 잡생각을 잡아두게 하기도, 그러므로 평온을 느끼게 해 준 장소였네요.
브런치에 끄적거렸던 시답잖았던 글을 다듬어 이곳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지요.
브런치는 늘 마음 한 켠에 돌아가야 할 고향처럼 남아있더군요.
종종 들어와 또 끄적거려야지요.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다 보니 그럴 때마다 조금씩 변해있는 브런치에 살짝 당황하긴 하지만,
낯섦은 익숙해지겠죠. 시간이라는 명약이 제게도 있으니까요.
또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