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쟁이들의 궁합, 너는 내 운명

by 소융이

나는 4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어렸을때부터 우리 4남매가 결혼해서 아이를 둘씩 나으면 한가족당 4명으로, 모두 모이면 16명이 될꺼여서 모두 모이면 시끌벅적 잔칫집 같은거라고 기대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곤 하셨다. 그러나 왠걸. 위에 두 언니가 아직까지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싱글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결혼 생각도 계획도 없으신 두분들. 나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 둘이 싱글로 살아가니 가슴 안에 뭔가 치워지지 않은 돌덩이들이 있다고들 하신다), 오빠는 다행히 엄마의 성화와 어울어진 선자리 덕분에 결혼을 했다. 집안에 사위를 아직 못들인 부모님 입장에서는 막내딸이 언니들처럼 혼기를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셨고, 마침내 나는 한국나이로 34에 결혼할 남자를 데려왔다.


언니들이 싱글인 터라, 막내딸이 데려온 사윗감은 거의 프리패스 분위기였다. 숨겨놓은 처자식이 있는지, 사지육신 멀정한지, 날마다 출근할 직장은 있는지 정도만 물어보셨다. 평소 부모님 성격에 비해 확실히 본인들의 걱정을 입밖에 내놓지 않으셨다. 집안에 사위가 귀해서 부모님의 걱정을 쉽사리 입밖에 내놓지 않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짐작컨데 부부의 연이란 부부 둘만의 노력을 넘어서는 주변의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나 운도 상당부분 작용을 한다는 그들만의 연륜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측가능한 어려움은 준비하면 그나마 조금씩 피해갈 수 있지만, 삶이란 누구에게나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튀어나와 삶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다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두려움을 벌써부터 걱정한들 무엇하리. 사람은 누구나 가야할 길이 있는거고 그 두려움이 걱정된다면 첫발을 내딛을수조차 없으니, 그냥 주어진 길을 묵묵히 그리고 덤덤히 걸어가는 수밖에.


누구에게나 걸어가야할 길이 있고 운명같은 것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무턱대로 귀한 막내딸을 ‘아무 남자’에게나 시집보낼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 그렇게 답답한 부모님의 마음을 놓아보려 찾아간 곳은 바로… … …


사주. 팔자. 궁합을 보는 철학관 이었다.


부모님은 처음 찾아간 철학관에 내 이름과 김OO (남편 이름), 생년월시를 넣고 궁합을 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둘의 궁합은 맞지 않으니 왠만하면 헤어지라는 것이었다. 막내딸을 왠만하면 시집보내고 싶었으나 궁합이 좋지 않다는 ‘철학 선생님’의 말씀에, 찜찜하셨던 부모님.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주풀이를 하는 철학관에 찾아갔다. 다른 방식으로 궁합을 풀어봐도 역시나 우리 둘의 궁합은 맞지않으니 헤어짐을 권하셨다. 정말 왠만하면 딸을 결혼시키고 싶은데…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번에는 정말 다르게 궁합풀이를 할 수 있는 곳, 약간의 ‘신기’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했다. 그 신기가 있으신 분은 정말로 다르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당신 막내딸의 운명에는 김씨가 아니라 이씨가 들어가있어. 왠만하면 이 결혼을 말리고 이씨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조금만 기다리면 이씨가 나타날꺼야.”


부모님은 이 말을 청첩장을 돌릴때까지 하지 않으셨다. 이왕 할 결혼이면 궁합이 안맞는들 어떠하리, 서로 노력하면서 살면 되는거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 결혼을 조용히 축복해 주셨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나와 부모님은 청첩장에 들어간 문구와 오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엄마 아빠가 놀란 토끼눈으로 물으셨다.


“어? OO가 김씨가 아니라 이씨였냐?”

“뭔소리야 엄마. 지금까지 사위될사람 성도 모르고 있었어?”

“어머나,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김OO으로 너랑 궁합을 봤네.”


엄마아빠는 사위될 사람을 김씨로 알고 지금까지 김OO으로 궁합을 봤다는 것이다. 엄마가 꺄르르 웃으면서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아빠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야 아빠는 궁합을 보기위해 사주 철학관에 찾아간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며 말씀하셨다.


“너랑 이서방은 결혼할 운명인가보다. 그래 걔가 너 운명인거지. 그럼 결혼해야 맞는거지.”


나와 이서방의 운명은 그렇게 먼저 철학관과 신내림이 있는 집에서 점쳐졌고, 우리는 2017년 9월 내가 어렸을때 살았던 동네 작은 성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점집을 찾아갔다고 신부님을 찾아뵙고 고백성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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