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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rego Jan 03. 2019

어서와, 이번 생은 처음이지?

프롤로그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로 혼란스러웠던 학창시절 아쉬웠던 기억이 하나 있다면,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줄 선배가 없었던 것이다. 베드로시안의 시 <그런 길은 없다> 처럼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텐데.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허우적거리던 때 분명 지구 어딘가에는 수 년 전 이미 비슷한 고민을 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을 내려 지금은 그 고민에 답할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 중 한 명에게라도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그 중 한 명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더라도. 덜 당황하고 덜 방황했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이 후배들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려 한다. 내가 학창시절 간절히 듣고 싶었던 이야기다. 킴벌리 커버거의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처럼 과거의 나에게 해주지 못한 이야기를 후배들에게는 해주고 싶다. 그 시절 아무리 도움닫기 해도 닿지 않는 도움의 절실함을 알고 있기에. 이번 생에 처음 입문한 후배들이 마냥 처음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도록 삶의 증언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 전해야 할 중요한 유산 중 하나는 먼저 가본 길에 대한 경험이다. 그 경험의 이야기는 성공작이든 실패작이든 소중하다. 기출문제 족보처럼 시행착오를 줄이고 좀 더 빠르게 진일보한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된다. 우리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닌 우리의 길을 이끌 혜안과 통찰을 선사한다. 유익한 경험은 사회에 축적돼 시대를 따라 전해져야 한다. 경험의 전달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참교육이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런 경험의 전달은 세대간 공백이 작을수록 효과적이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바통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결고리가 끊기기 전에. 학창시절 나이든 교수님, 공무원 영감님 강연은 교장선생님 말씀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전혀 와 닿지 않는 쉰 세대 이야기에 우리는 뭔 소리냐며 시체처럼 늘어졌다. 삼엽충 고생대 이야기에 암모나이트 화석처럼 굳어버렸다. 몇 십 년도 지난 구닥다리 경험이 지금도 통할 거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조금은 이른 나이에 글 쓸 용기가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 당장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인생의 뒷단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학업, 진로, 유학, 회사, 연애, 결혼, 행복에 대한 고민과 선택의 이야기를 빨리 전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 나의 모습은 후배들이 그리는 10년, 20년 후의 모습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직접 겪어본 그리고 그와 유사한 경험에 대해서만 쓰고자 한다. 어차피 내가 겪은 만큼만 내가 아는 거다. 심각할 필요 없다. 문학가도 문필가도 아닌 그저 서울 사는 젊은이의 후배 향한 이야기를 착한 사마리아인 보듯 봐주면 된다. 걸작이 아니어도 읽어줄 만한 습작이면 감사하다. 친근한 글이고자 필터링 없는 구어선택과 세종대왕 뒷목 잡을 한글파괴는 이해해주기 바란다.


  과거에 MIT 대학원 진학을 확정하고 모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정중히 거절했다. 학교 간판에 의존한 얄팍한 경험으로는 젖비린내 나는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와 확실히 다르다. 훨씬 다양한 경험과 생각이 자라있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입이 간질간질하다. 이 글을 통해 내 반평생 깨달은 대부분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 1도 틀어진 인생각은 훗날 여러분을 완전히 다른 위치에 데려다 놓는다. 오늘 마음에 일어난 파문은 후일 변화의 파도가 된다. 내가 글을 남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일지 모른다. 아무쪼록 이 글이 여러분에게 또 다른 삶을 바라보는 창문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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