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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사냥 Jan 08. 2019

야구에서 타구나 투구에 새가 맞으면?

타구나 투구에 새가 맞을 경우 적용되는 규칙과 사례에 관한 이야기

2009년 6월 11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가 열린 프로그레시브 필드에는 많은 갈매기들이 경기장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치열한 접전을 벌인 두 팀은 정규이닝 동안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에 돌입했고 10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인디언스의 추신수는 중견수 방면으로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렸다. 안타가 될 것은 확실해 보였지만 타구 속도가 워낙 빨라 중견수 코코 크리스프가 원바운드로 잡은 후 정확히 송구한다면 2루 주자의 득점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중견수 주변에 모여 있던 갈매기 20여 마리가 타구를 피하느라 동시에 날아올랐는데 갈매기에 맞고 타구 방향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갈매기 떼에 가려 타구를 시야에서 놓쳤는지 크리스프가 타구를 뒤로 빠뜨린 것이다. 불쑥 튀어나온 황당한 상황 앞에 크리스프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인디언스는 갈매기들의 도움 속에 4-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이처럼 새는 타구 또는 투구에 맞는 식으로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적용되는 규칙은 다음과 같다. 먼저 타구에 새가 맞았을 경우로 심판이 판단하기에 홈런이 확실해 보인 타구가 새에 맞고 펜스 안쪽에 떨어지면 홈런으로 인정된다. 또한 플라이 타구에 새가 맞으면 지면에 닿은 것으로 간주돼 수비수가 직접 잡았다 하더라도 아웃이 아니어서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플레이를 계속해야 한다. 물론 새에 맞은 플라이 타구가 파울 지역에 떨어지면 파울볼이 된다. 타구가 새에 맞은 대표적 사례는 1987년 4월 13일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에서 나왔다. 브레이브스의 디온 제임스가 3회초 좌익수 방면으로 평범한 플라이를 때렸으나 비둘기에 맞는 바람에 2루타로 바뀐 것으로 제임스는 말 그대로 새 때문에 웃게 된 하루였다.      


다음은 투구에 새가 맞았을 경우로 이때는 볼데드가 되며 볼카운트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구가 새에 맞고 포수 뒤로 빠졌다 하더라도 주자는 진루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2001년 3월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범경기에 나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이 던진 공에 비둘기가 맞으며 그 자리에서 즉사한 모습이다. 당시 7회초 2사 2루에서 캘빈 머레이를 상대로 존슨이 던진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마침 홈플레이트 주변을 날아가던 비둘기 한 마리가 맞는 바람에 깃털을 여기저기 흩날리며 즉사한 것인데 이는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한편 투철한 동물 보호문화로 곤욕을 치른 선수들도 있다. 1983년 8월 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 경기에 나선 뉴욕 양키스의 데이브 윈필드는 토론토의 5회말 공격이 시작되기 전 어깨를 풀기 위해 볼보이와 송구 연습을 하던 중 의도치 않게 공으로 갈매기를 맞혔다. 윈필드는 갈매기를 향해 모자를 벗어 애도를 표했으나 재미있다는 듯 웃는 모습이 목격되는 바람에 동물학대죄로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5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다음날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 참작돼 무죄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3년 4월 21일에 재키 로빈슨 파크에서 훈련 중이던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 류제국은 플로리다 보호 조류로 지정된 물수리를 야구공으로 맞혀 죽게 해 1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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