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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사냥 Jan 05. 2019

가장 빠른공을 던진 투수는?

야구 팬들의 높은 관심사인 구속에 관한 이야기

구속은 오래전부터 팬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래서 투수가 콘크리트 벽마저 뚫을 것 같은 강속구를 던지면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때문에 월터 존슨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의 계보를 이어온 레프티 그로브, 밥 펠러, 놀란 라이언, 랜디 존슨, 아돌디스 채프먼 등은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구속은 미국 경찰에서 과속 차량 단속을 위해 개발한 스피드 건을 야구에 적용해 측정하고 있으며 그 원리는 ‘도플러 효과’에 있다. 즉 스피드 건으로 공을 향해 초음파를 발사한 후 공에 맞고 반사된 초음파의 진동수 변화 정도를 통해 구속을 측정하는데 이때 진동수 증가 정도가 클수록 빠른 구속을 나타낸다. 야구에서 스피드 건을 활용한 구속 측정은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미시건 주립대에서 코치를 하던 대니 리트윌러의 아이디어로 1973년에 시작됐으며 그 전까지는 목표물을 향해 공을 던지면 그 뒤쪽에서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달려 구속을 계산하는 매우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 시대의 눈으로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구속에 대한 관심이 오죽했으면 이러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구속을 측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속 측정 기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어 스피드 건의 성능과 놓인 위치에 따라 구속이 다르게 측정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례로 2011년에 아돌디스 채프먼이 던진 공의 구속이 전광판에 171km로 찍혔으나 경기를 중계하던 폭스 TV 화면에는 169km로 나왔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164km로 측정되기도 했다. 같은 공을 두고 최대 7km의 구속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 외에 구속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도 구속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방송국이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팬들의 흥미를 높이고자 구속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고 홈팀에서는 홈팀 투수들이 원정팀 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하도록 구속을 조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속을 부풀리거나 조작하는 것이 제재 대상은 아니므로 이러한 행위를 막을 길은 없다. 


아마도 구속이라는 주제에서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일 것이다. 강속구 투수로 1910년대를 대표하는 월터 존슨의 구속에 대해 160km에 달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140km 후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으나 정확한 구속을 알기는 어렵고, 1930년대를 대표하는 레프티 그로브 역시 구체적인 숫자가 아닌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왼손 투수로만 전해져 올 뿐이다.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들 중 구속을 알 수 있는 최초의 투수는 밥 펠러다. 비록 그 정확도에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평소 구속에 관심이 많던 워싱턴 세너터스의 구단주 클락 그리피스가 194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펠러에게 구속 측정을 제안했고 이에 1945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기술자들이 모여 오토바이와 국방장비를 동원해 펠러가 던진 공의 구속을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159km’로 나왔고 그리피스 구단주는 펠러의 공이 월터 존슨의 공보다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소감을 표했다. 한편 펠러는 훗날 자신이 1946년 시범경기에서 174km의 공을 던진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펠러 이후 1950년대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스티브 댈코스키가 177km를 던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결론적으로는 1974년 놀란 라이언이 던진 162km가 가장 빠른 구속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라이언 이후 1997년에 롭 넨이 164km를 던졌고, 2006년에 조엘 주마야가 167km를 던졌으며, 2011년에 아돌디스 채프먼이 171km를 던지며 라이언의 구속을 뛰어 넘었지만 기네스북에서 구속의 정확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기록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투수라면 누구나 강속구를 던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라이언처럼 공을 강하게 던지지만 문제는 그 공이 라이언이 던진 공처럼 빨리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튼튼한 하체와 유연한 몸이 강조되나 빠른 구속은 ‘신이 부여한 선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빠른 구속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관심을 끌어 모은다. 그러다보니 구속에 집착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기를 망치는 투수들이 더러 있다. 바톨로 콜론은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고충을 호소했고, 조엘 주마야는 공을 던지고 나서 매번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바라봤다고 한다. 플로리다 말린스와 같은 팀은 이러한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전광판을 통해 자신이 던진 모든 공의 구속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던 브레드 페니가 등판할 때만큼은 전광판에 구속이 표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빠른 구속은 분명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요소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던져진 160km의 강속구보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130km의 공이 타자에게 더 위력적이라는 점이다. 에디 로패트, 스튜 밀러, 제이미 모이어 등은 “아따! 공 빠르다고 다 좋은 투수여?” 라고 반문이라도 하듯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투수들이다. 이들은 정확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느린공을 더 느린공, 매우 느린공과 같이 구속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타자를 현혹시키다가 이따금씩 타자의 허를 찌르는 빠른 공을 던졌는데 이때의 빠른 공이 평소의 느린공과 대비돼 타자에게 마치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로 느껴지는 효과를 얻었다. 구속보다는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순간까지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투수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고 야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구속(球速)에 구속(拘束)돼 투수의 능력을 구속으로 속단한다면 이는 그림의 완성도를 색채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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