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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 <해피엔드>

by 영화평론가 이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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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7419

Close-up
영화 초반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영화는 돌연 무음 상태로 전환된다. 사람이 숨은 책상, 쓰러지는 빗자루, 사물함 위에서 떨어지는 걸레통, 떨리는 블라인드로 이어지는 네 개의 샷은 카메라와 소품의 흔들림만으로 지진을 묘사한다. 핵심은 이 장면에 진입하기 직전 배치된 샷이다. 복도에서 시작된 롱테이크는 코우가 ‘후미’와 만나 대화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유타가 등장하자 후미는 떠나고 카메라는 코우와 유타를 향해 트랙 인 한다. 와이드샷에서 미디움샷으로 전환된 후 지진이 발생하자 두 사람은 화면 밖으로 달아나고, 카메라는 바로 컷 하는 대신 잠시 블라인드를 비춘다. 사소한 소품으로 지진을 환유하는 이 장면은 ‘멋진 신세계’를 학교라는 무대에 응축시킨 이 영화의 전략을 설명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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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년> 시리즈는 제작 시점에서 10년 후의 각국 미래를 그린 옴니버스물로, 2015년 홍콩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2018년 일본, 대만, 태국, 2023년 미얀마 등에서 추가로 제작된 국제 연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총괄 제작한 일본 편에서는 5명의 감독이 근미래 일본을 다루며, 두 번째 작품인 ‘장난꾸러기 동맹’에서 이미 AI를 통한 학생 감시 체제란 소재가 다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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