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제3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

제29회 영화평론상 당선자 소감

by 영화평론가 이병현

2024년 제29회 영화평론상 당선자 소감

문주화 영화의 뒷모습을 기민하고 부지런하게 좇겠다는 호기로웠던 당선 소감과는 사뭇 다르게 영화에 쫓기는 신세가 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것을 나누겠다던 낭만적 다짐은 관객들이 사라지고 있는 텅 빈 영화관 안에서 한없이 수축하고 만다. 영화와 영화 사이, 청탁과 마감 사이를 끊임없이 비틀거리며 걷는 나는 비평이라는 퇴행하는 몸짓을 아직은 믿어보고 싶은 초라한 망명자이다. 두려움과 충만함, 구속과 해방, 공백과 채움이라는 두 극단적인 지점을 진동하며 오가는 이 행위는 몫 없는 자, 비평가의 원죄적인 특권임을 깨닫는다. 이 짧은 글은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쓴 반성문이자, 아직 만난 적 없는 당신과 통약불가능한 이 짓을 함께해보고 싶다는 쑥스러운 초대장이다.

이병현 당신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보더라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설령 고민이 생긴다 해도 굳이 글로 정리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당신은 영화를 봤고, 그것도 미친 듯이 많이 봤고, 어떤 장면이 못내 마음에 걸려 끙끙 앓다가 결국 글을 적어내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역시나 꼭 할 필요 없는 일을 당신은 시도하려고 한다. 당신의 글을 세상을 향해 공개하는 것. 어쩌면 단순한 취미로 남을 수도 있는 일을 쓸데없이 키우는 일이 될 테지만, 당신에겐 분명히 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말, 세상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다.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728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시네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