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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이병현 Jun 09. 2023

<범죄도시3> 리뷰에 부쳐

평론의 우선순위

<범죄도시3>를 보고 왔다. 팝콘무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 같은 건 아니지만, 음식 평론가라고 해서 매 끼니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해결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영화 평론가도 마찬가지다. 금요일 밤에 극장으로 나들이 갈 때는 팝콘무비도 보고 싶은 법이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제는 금요일 밤에 굳이 극장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영화를 사랑한단 증거가 아닐까? 금요일 밤에 맛집을 가거나 집에서 넷플릭스로 생존 서바이벌 예능을 보거나, 친구들이랑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위에 나열한 행위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저 스스로 하는 일을 예시로 든 것입니다), 구태여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길 택했다는 건 어느 정도는 자기 삶의 소중한 시간 일부를 영화에 내줬다는 거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에 대해 워낙 경쟁자가 많아진 시대라, 이제는 극장 가서 예술영화를 보든 상업영화를 보든 감지덕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각설하고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래 글 때문이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2806


일종의 직업적 의무와 관객으로서의 관성에 힘입어 나는 영화를 보기 전후로 평론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씨네21에 실린 글은 다음과 같이 글을 맺는다.


"다만 단점도 그대로다. 꾸준히 제기되어온 소수자·외집단 편향 문제가 가장 눈에 띈다. 폭력을 이용한 심문을 희화화하는 등 법치주의를 다소 경시하는 영화의 태도도 재차 지적될 법하다. 고유색이 짙어진 시리즈의 장단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걸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 것이 과연 평론가의 제일 의무가 맞는지 의문이다. <범죄도시3>를 보고 나왔을 때 평론가로서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점은 일단 이 영화의 완성도 문제가 아닐까? 이를테면 마지막에 빌런과 싸울 때 빌런이 총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설정상 똑똑한 이 빌런은 주인공 마석도가 오기 전에 야구 방망이 대신 그 총을 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범죄도시2>부터 이 시리즈는 상당히 허술하게 대충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은데, 그 탓에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져보인다.

서사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 편에는 유독 촬영이나 편집 문제도 튀어보였는데, 아무래도 관람가 등급을 낮게 받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배우가 직접 액션을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흡사 대역을 쓴 것마냥 허술한 편집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를테면 야쿠자 빌런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일 때를 생각해보자. 그 장면은 원래 주인공의 주먹이 시원하게 의자를 뚫고 상대 얼굴에 꽂혀 빌런을 날려버리는 통쾌한 장면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게 되는 것은 상당히 조잡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가늠이 잘 되질 않는 혼란스러운 씬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짚기도 전에 대뜸 소수자 편향성 문제나 법치주의 같은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 짧은 리뷰에 독자가 원하는 바는 전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실제로 어떻다는 건데?'라는 의문이 이 리뷰를 보고 해소가 되는가? 적어도 나는 잡지에 실리는 영화 평론이라는 것은 그런 최소한의 의문을 해소시켜준 다음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슨 일에든 우선순위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대체 소수자 편향, 법치주의 경시 문제를 누가 '꾸준히' 제기해왔길래 또 '재차' 지적을 해야 한다는 것인지? <범죄도시1>을 보고 소수자 편향성 문제를 지적할 수가 있나? 난 1편이 그 정도로 허술한 각본은 아니라고 본다. '진실의 방'을 비롯해 법치주의를 희화화 하는 듯한 장면은, 단순히 웃긴 것을 떠나서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범죄영화와 비교해 논의해 볼만 하다 생각한다. 2편을 관통하는 핵심 대사는 "법이 못 지키면 우리라도 지켜야지"였는데, 이른바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막가파 경찰이라 느껴지는 아이러니와 통쾌함이 이 시리즈의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대리만족'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인가? 그게 대중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법은 역시 어겨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돼서, 무단횡단이라도 하게 된다면 '법치주의' 운운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잖는가? 이를 따져묻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치주의'라는 말을 꺼낼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이거나 정신분석학적이거나 좌우지간 어떤 종류의 분석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아무리 제한된 지면이라지만 이런 식의 리뷰는 좀 황당하다고 본다.


다른 사람 글 욕만 하느라 내 얘길 못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액션과 코미디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3편에서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액션이 상당히 아쉬웠지만, 코미디 타율 자체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액션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피어나는 경지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이해는 된다.

최근 홍금보의 <오복성>을 봤는데, 이 당시 홍콩영화가 액션과 코미디를 결합한 수준은 정말 남다른 것이었다. 나는 성룡이나 홍금보는 훗날 더 크게 재평가 되어 반드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느 정도냐면, 아마도 우리가 지금 채플린이나 키튼을 보고 웃듯이 후세대는 전성기 홍콩영화를 보며 웃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범죄도시 시리즈는 어떨까? 상대적으로 수명이 더 짧겠단 생각이 든다. 범죄도시가 꼭 이런 어려운 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만, 아무래도 목표는 크게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액션과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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