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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Aug 19. 2023

오빠의 카톡

작은오빠와 요즘 아주 가끔 카톡을 한다. 내가 먼저 하는 경우는 없다. 작은오빠는 이상하게 내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의논하고 싶어한다. 그는 조현병 환자로 거의 이십년을 살아오고 있고,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고 내 친족성폭력의 가해자이다. 상태가 좀 나아진 그는 지금 정신장애인을 위한 작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


심리치료를 오래 받은 끝에 그에게 사과를 받고 화해를 했고, 나는 이제 신기하게도 더이상 그를 미워하지 않지만 그래도 좀 어색하다. 그치만 내게 자기가 한 일들을 초등학생 일기처럼 구구절절 써서 띄어쓰기도 안 하고 보내는 그의 카톡은 내게 뭔지 모를 안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병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느라 친구도 없고 엄마 외에 마음 터놓을 사람이 없는 그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나조차도 잘 모르겠지. 다음카페에는 조현병 환우들과 가족들이 모인 카페가 있다. 거기 들어가서 가끔 글을 읽는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를 생각해본다.


지금은 엄마와 살고 있는 작은오빠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또렷하게 떠오르는 해결책은 별로 없다. 내가 같이 살 수도 없고 혼자 살게 두기엔 걱정되고. 정말 이 일은 어떻게 할지 알 수 없고 대비할 수도 없다.


다만 이제 내가 그를 더이상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죽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나는 좋다. 세상의 인간 중 하나를 죽도록 증오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나는 다만 이제 평화를 바랄 뿐이다. 오빠에게도 내게도 평화가 있기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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