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의 우버 어플은 ‘Maxim’.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한 일이었다. 러시아 유심으로 바꾸고 막심 어플 설치하기. 여행 가기 전 한국에서 알아보니 막심이 아니면 택시비 사기를 당하기 쉽다고 했다.
비용도 저렴하고, 덕분에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다. ‘독수리 전망대’에 가는 일정에 이르러서도 막심을 불렀다. 그런데 운전사는 잘 가다가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더니 이상한 공터 같은 데서 더 이상 길이 없다고 했다. 유명한 관광지인데 우버 운전자가 모른다는 게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 안 통하므로 어쩔 수 없이 내려 지도를 따라 열심히 걸었다.
힘들게 도착했으나 전망대 주변 길은 험하고 추워서 덜덜 떨며 야경을 기다렸다. 심지어 돌아가는 길도 어려워서 한참 헤맸던 것 같다. 철석같이 믿은 택시가 목적지에 데려다주지 못하고,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약 배터리가 없어서 GPS 빨간 점도 따라가지 못했다면, 정말 완전히 길을 잃고 엄청난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며칠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 ‘트래블러’를 보게 됐다. 쿠바를 여행하던 류준열은 비냘레스로 가기 위해 차를 예약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에 나와보니 차는 없었다. 당황한 그는 여러 군데 차를 구해보지만 방도가 없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내레이션을 한다. “어쩌면 우린 그 황망함 속에 우두커니 서있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걸지도 모른다”라고.
러시아처럼 언어가 낯선 나라가 아니어도, 여행은 매번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날 인형 뽑기 하듯 집게로 쭉 건져서 던져놓는다. 스물두 살의 유럽여행에서도 다 그런 기억들이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의 캐리어가 박살 난 채로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로 들어오질 않나, 크로아티아에 도착해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다가 벤치에 그대로 핸드폰을 두고와 잃어버리질 않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여행에서는-며칠만에-당연하게-펼쳐진다.
그러나 당황스럽고 버거웠던 그 기억들은 기어코 하루를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살아낸 소중한 삶의 기록이 된다. 여행지의 이방인으로, 일상에서는 일어나기 희박한 실수를 마주하며 낯섦이 일상이 되는 것. ‘트래블러’ 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냘레스로 향하는 준열의 말대로 그 황망함 속에 우두커니 서있기 위해 우린 여행을 떠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