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디어는 될 놈(The Right It)일까?
"비즈니스 세계는 사자가 덤벼드는 가시밭길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라고 소리치는 듯한 책. 시쳇말로 "뼈 때리는" 책을 읽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The Right It)>이다.
"The Right It”=“될 놈” 으로, 자본과 유능한 실행력을 갖췄더라도 비즈니스가 실패하는 것은 "안될 놈"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시장에서 80%의 신제품이 '실패', '실망', '취소'로 분류된다. 즉,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실패의 요인을 "FLOP"으로 간략히 분류하고 있다.
F (Failure)
L (Launch) 출시 : 출시를 못함
O (Operation) 운영 : 구현을 제대로 못함
P(Premise)* 전제: 사람들이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음
나는 그중에서도 이 책이 P(Premise)의 실패에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될 놈”이라고 예측하고 고군분투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으나, 시장에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냉랭한 경우 말이다. 저자의 방법론을 따라 실천하다 보면 전제 때문에 실패하지 않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랜드란 잠재적 신제품이 단순하고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형태로 존재하는 상상 속 공간을 뜻한다. 아이디어가 나아가지 못하고 생각랜드에 머물러 있으면 긍정 오류 또는 부정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긍정 오류의 예를 들어보자. 내가 고급 커스터드 크림을 사용한 붕어빵 사업을 하려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명 중 8명은 붕어빵을 좋아한다고 했고, 붕어빵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6명은 조금 비싸더라도(예상 판매가 개당 3000원) 고급 크림을 사용한 붕어빵을 사 먹을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거액을 들여 붕어빵 기계와 재료를 구입하고 고급 붕어빵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하나에 3000원이나 하는 붕어빵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을까? 분명히 참여자들이 나의 붕어빵 제품에 긍정적이었는데 말이다.
부정 오류는 이 반대의 경우(예를 들면, 저자는 절대 호텔이 아닌 남의 집에서 돈 주고 숙박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Airbnb가 대박이 났다.)를 말한다. 이처럼 생각랜드에 기초한 질문과 적극적 투자가 없는 단순 의견은 우리로 하여금 '안될 놈'인 아이디어가 '될 놈'인 것 같다거나, ‘될 놈'인 아이디어가 '안될 놈'인 것 같다는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의견보다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의견은 아무런 힘이 없다. 저자는 누구의 데이터도 아닌 '나만의 데이터' 를 모으라고 말한다. 나만의 데이터란,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수집한 시장 데이터다.
나만의 데이터 수집 방법은 1. 사고 도구 2. 프리토타이핑 도구 3. 분석 도구의 단계로 나아간다.
1. 사고 도구
1) 시장호응가설(Market Engagement Hypothesis)
시장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리의 핵심 신념이나 가정을 뜻한다.
ex) 아이디어 : 넷플릭스(초기 DVD 기반 모델)
시장호응가설: 우편 배송 기반의 DVD 대여 서비스를 월정액 요금제, 반납 지연 과태료 무료 정책과 결합하면 많은 사람이 비디오 가게를 이용하는 대신 우리 서비스에 가입할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해당 시장 수요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시장호응가설이 해야 할 일이다.
2) XYZ가설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 할 것이다"라는 형태의 가설. 시장호응 가설을 숫자로 치환해 좀 더 날카롭게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시장호응가설: 심하게 오염된 도시에 살고 있는 일부 사람은 대기오염을 모니터링해서 피할 수 있게 도와줄 합리적 가격의 장치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XYZ가설 : 적어도 10%의, 대기질 지수가 100 이상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20달러짜리 휴대용 오염 탐지기를 구매할 것이다.
X : 우리는 얼마나 큰 조각, 표적시장의 과연 몇 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을까?
Y: 우리의 표적 시장이 뭘까?
Z: 표적 시장은 우리 제품에 어떤 식으로, 정확히 어느 범위까지 호응할까?
이렇게 XYZ 가설을 세우면 시장호응가설을 측정해볼 수 있다. 한 발 나아가 저자는 접근이 쉽도록 범위를 좀 더 좁혀 테스트해볼 것을 권한다.
XYZ가설 : 적어도 10%의, 대기질 지수가 100 이상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20달러짜리 휴대용 오염 탐지기를 구매할 것이다.
xyz 가설: 적어도 10%의, 베이징 토트 아카데이 학부모는, 800위안짜리 휴대용 오염 탐지기를 구매할 것이다.
2. 프리토타이핑도구(Pretotyping)
프리토타이핑은 시제품(Prototype)에 Pre(먼저 온다)와 -ing(-하는 척하다)가 결합된 표현이다.
시제품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설계하는 반면, 프리토타입은 아이디어가 만들 가치가 있는지를 값싸고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설계한다.
저자는 다양한 프리토타이핑 예시를 통해 프리토타이핑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중 하나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Mechanical Turk)은 체스 기계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람들은 '터크'가 체스를 두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체구가 작은 프로 체스 선수가 숨어 마네킹을 조종하며 체스를 뒀던 것이다.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은 값비싸고 복잡한 기술이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 있고, 인간이 은밀히 그 기술을 대신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때 이상적인 방법이다.(p.145)"
책에서는 폴드포유(Fold4U)라는 서비스의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미캐니컬 프로토타입의 예로 들었다. 폴드포유는 코인 세탁소에서 건조가 끝난 후 세탁물을 자동으로 개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xyz가설은 다음과 같다.
"적어도 50%의 레니즈 코인 세탁소 이용객은 폴드포유의 기계에 옷을 넣고 2달러를 지불하여 옷을 갤 것이다."
이것을 프리토타이핑하기 위해 가짜로 사람들이 세탁물을 넣을 수 있는 기계를 두고, 몰래 사람이 세탁물을 갠 후, 마치 기계가 자동으로 빨래를 갠 것처럼 다시 기계에 넣어주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나만의 데이터 : 12퍼센트의 레니즈 코인 세탁소 이용객이 2달러를 지불하고 폴드포유로 옷을 갰다.
즉, 옷을 자동으로 개는 기계를 돈을 들여 만들지 않고 간단한 프리토타이핑 도구를 통해 시장호응가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만약 시장호응가설을 상회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좀 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될 놈'에 가까운 폴드포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여러 번의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통해 다수의 xyz 가설의 유효성을 확인해야 한다.
3. 분석도구: 적극적 투자지표(Skin in the Game)
저자는 적극적 투자지표를 점수로 제시함으로써, 프리토타이핑 실험 결과를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도구를 제시한다. 우리는 아이디어에 많은 것을 투자하기 전에, 표적 시장으로부터 반드시 어느 정도의 적극적 투자를 얻어내야 한다. 나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적극적 투자 점수는 얼마인지 계산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0: 의견(전문가든 비전문가든), 격려, 비난, 잘못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SNS 댓글이나 좋아요 수,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투표, 인터뷰
1: 제품 정보 안내에 사용될 것임을 명시적으로 인지한 유효한 이메일 주소
10: 제품 정보 안내에 사용될 것임을 명시적으로 인지한 유효한 전화번호
30: 시간 투자 ex) 30분간 제품 시연에 참석(분당 1점)
50: 현금보증금 ex)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해 50달러 지불(달러당 1점)
250: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 처음 10개 중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250달러 지불(달러당 1점)
지금까지 프리토타이핑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실시하고, 어떻게 결과를 측정하는지 살펴봤다.
순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p.345 참고)
1.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2. 시장호응가설을 확인한다.
3. 시장호응 가설을 '숫자로 이야기하는' XYZ 가설로 바꾼다.
4. 범위 축소를 통해 더 작고 테스트하기 쉬운 xyz 가설을 여러 개 만든다.
5.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이용해 실험을 실시하고 '나만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6. 될 놈 척도 및 적극적 투자지표를 이용해서 '나만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7.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a. 추진하라 b. 폐기하라 c. 수정하라
읽기 쉬운 책은 분명 아니었다. 분량도 380 page에 달하고 내용도 많다. 요약을 쓰기 위해 공책에 따로 정리를 해놓고 글을 써야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도입부부터 실패에 대해서 너무 강조해서 조금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점점 모든 창업가들을 실패로부터 멀어지게 해주고 싶은 저자의 생각과 탁월한 방법론에 감탄하게 됐다.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인내하며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꿈꾸는 모습이 시장에서 와장창 깨질까 두려워 생각랜드에 갇혀있는 짓은 그만해야겠다. 하루빨리 사업 아이디어를 검증할 가설을 세우고,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빠르고 값싸게 여러 번 수행하며, 적극적 투자지표로 분석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아이디어가 '될 놈'으로 세상에 나와 성공할 날이 어서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