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래빗 Jun 27. 2020

올림픽 '직관'이 내게 던진 질문

"재능 발견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2008년 여름은 내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여름이다.

 

하계올림픽 개최지 중국 베이징에 한 달 넘게 머물면서 올림픽을 취재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나는 스포츠 기자는 아니었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 타 부서 기자들 중 일부는 스포츠팀에 파견돼 일정 기간 동안 취재를 함께 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을 꼽으라면... 역시 육상 남자 100미터 경기다. 다른 일정을 서둘러 처리하고, 결승 시간에 맞춰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이동했다.     

photo by 닥터래빗, 2008

우사인 볼트가 출발선에서 몸을 풀고, 출발 자세를 취하는 그 짧은 순간. 올림픽 주경기장의 규모와 선명한 조명, 선수와 관중들의 긴장감이 어우러지면서 그 공간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photo by 닥터래빗, 2008

출발 신호가 울리고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경기는 끝났다. 운이 참 좋게도.. 눈 앞에서 세계 신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직관했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 신기록 경신과 재기 발랄한 세리머니가 모두의 관심사였지만, 그 순간 내겐 몇 가지 질문이 다가왔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우사인 볼트를 상상할 수 있을까?
우사인 볼트는 자기가 잘 달린다는 걸 언제 처음 알았을까?
본인 스스로 재능을 발견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알려줬을까?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의 소년은 어떻게 세계 무대까지 올 수 있었을까?


재능 발견의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 이미 책으로, 강의로 많이 접했지만, 이처럼 강렬한 느낌은 아니었다. 


자메이카 국기를 몸에 걸치고 경기장 트랙을 돌며 세리모니를 하는 우사인 볼트가 마치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듯했다.  

전광판의 우사인 볼트. photo by 닥터래빗. 2008
나는 발견했는데... 너는 발견했나? 너의 재능
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몰입할 수 있어?
남의 재능을 부러워만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지 않길 바란다.
이상!
매거진의 이전글 '유예'가 밥 먹듯 이뤄지는 한국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