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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 될 씨앗 Dec 13. 2020

멜로가 체질

체질은 거짓말 안 해

원래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 탓에 시간이 남는 틈을 타 그동안 추천받았던 드라마를 하나둘씩 보고 있다. 내가 드라마 보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16부작 드라마라고 쳤을 때 적어도 16시간 동안 진행되는 인물들의 서사가 나에게는 그만큼의 가치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소위 시간 낭비로 여겨져서인데, 멜로가 체질은 적어도 시간 값은 하는 드라마라는 평을 내릴 수 있겠다.
한 발 더 나아가 본방송으로 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드라마인 이유는 인물들이 자신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고군분투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한다. 로맨스도 가슴 절절하고 애달픈 드라마를 좋아하기보다는 적당한 위트와 가슴 설렘이 포함되어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인데, 생각해보면 그냥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 드덕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기승전 로맨스를 참 좋아하고 있었던 듯하다. 내가 달달한 것보다 남이 달달한 것을 보는 것이 더 가슴 설레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경험을 드라마 속 인물들이 대신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적고 생산적인 일인가! 그래서 나는 기승전 로맨스물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 과거 기승전 로맨스 드라마가 판을 칠 때는 훨씬 드라마를 많이 챙겨보았던 것도 같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 드라마와 수준 높은 드덕들의 영향을 받아 기승전 로맨스보다는 더 주체적이고 주제 혹은 소재에 충실한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탓에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드라마를 좋아했던 것은 드라마 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현실적이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나에게는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있어서는 개뿔, 나는 그런 망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기에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사건들 사이에서 사랑을 느끼고 성장한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작가를 꿈꿨을 때도 그런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물론 사회생활을 조금 하면서 나에게는 작가로서의 자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나의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글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 상태로 어영부영 지지부진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와중에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다시 나에게 삶의 의욕을 조금은 불러일으켜준 고마운 인물들이다.

근래에 흥했던 드라마들의 두드러지는 장점은 악역이 없다는 것이고, 이 말을 다시 해보자면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분명하다. 드라마를 함께 달리는 시청자들은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이해하며 캐릭터를 한 인물 자체로서 공감하게 된다. 이제까지의 드라마가 이해는 되지 않지만 나쁜 일을 계속 저지르는 악역들이 등장해 주인공과 대립 및 갈등을 나누며 시청자들에게 분노 또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유형이었다면, 이제 드라마는 모든 캐릭터들의 세계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드라마 속 캐릭터라고 느끼게 만든다. 드라마에 수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중 한 명의, 그중 한 번의 사건은 꼭 내가 겪어봤던 그것이었어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고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실시간으로 감상을 남기며 악플과 싸우고 종영 후에는 블루레이를 소장하고자 했던 애청자들처럼 본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드라마를 진작 본방송으로 시청하며 미미한 시청률에 가담하지 못한 것에 매우 통탄스럽게 생각한다. 조금은 더 시청률이 높게 나와서 우리나라 드라마의 방향이 바뀔 수 있었다면, 그 시작이 이 드라마였다면 참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모든 인물들은 볼수록 이해되고 명대사는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하나하나 놓칠 수 없다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들었으나 갈수록 다음 대사도 명대사일 거야 하는 자신감으로 몇 마디쯤은 대충 흘려듣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였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참 재미있었다.

내 16시간을 투자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간 드라마라는 사실을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어서 그것이 위트처럼 느껴졌고, 시즌 2 제작을 간절하게 바라게 된 것도 그만큼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되시겠다.

물론 다시 정주행 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한 번 정주행 해서 내가 멜로가 체질 전편을 왓챠 플레이에서 봤는데 정말 의미 있는 드라마이니 안 본 사람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정도이다. 내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도 아직 보러 가지 않았다고? 제발 봐달라, 지금 보지 않으면 나중에는 조금 유치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니 기회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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