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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 될 씨앗 Jan 12. 2021

창밖이 그리울 때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는 지하철보다 버스를 좋아한다. 편안해서 좋아~ 빨라서 좋아~ 하는 음악(부산 지하철에만 나오는 걸까)이 있을 정도로 지하철은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이지만 나는 오히려 지하철의 편리함이 나의 낭만을 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버스를 타면 창밖이 시시각각 변한다. 버스가 달리면 달리는 대로, 버스가 멈추면 멈추는 대로 하늘, 나무, 사람, 자동차, 도로, 날씨가 다르게 보인다. 창문이 보여주는 바깥세상은 아주 다양하고 넓은데, 매일 같은 시간에 타도 매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버스의 매력이다.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출퇴근 시간이 편도로 1시간이었지만 기분 좋은 출근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그 수단이 버스였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버스 안은 아침의 분주함과 피로로 가득하지만 창밖에서는 언제나 닮은 듯 다른 풍경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이 나의 기분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주었다.


그래서 한 때는 이어폰 없이 출근을 하기도 했다. 익숙하고 인위적인 나의 선곡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라 낯설고 자연스러운 주변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주변의 변화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머릿속이 비워진다. 그리고 머리가 비워지는 동시에 나만을 위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를 켜고 내 생각의 흐름을 글로 남기는 것처럼.


이 바쁜 사회에서
우리가 머리를 비우고 보내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항상 해야 할 일을 계산하고 계획하면서 머릿속에 리스트를 가득 담고, 손에 쥔 핸드폰에서는 쏟아지는 정보와 이야기들을 어쩌지 못해 흘려보내고....... 모든 것이 나를 그냥 지나치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어쩐지 슬프고 우울해진다. 나에게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알고 보니 내가 버스 안에서 창 밖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삶 속에서 나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의 부속품으로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아니고, 피곤에 찌들어 침대에 달려들었다가 잠들기 아까운 밤이라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시린 눈을 억지로 떠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를 찾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떠오르는 생각의 흐름을 자연스레 따라가고, 나를 바라보면서 결국에는 나를 알아가는 것. 나는 이 시간을 위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새카맣게 물든 지하철 창문밖에는 바라볼 수 없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창밖이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걸 지금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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